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때
  • 배승철
  • 승인 2012.05.0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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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지면을 통해 가장 많이 접하는 단어 중 하나가 개발(開發)이라는 말이다. 끝도 없는 개발사업이 뉴스와 신문지면을 장식하니 이제는 개발사업이 없으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되나 걱정을 해야 할 정도다. 마치 개발만이 최적의 대안이며 국가와 자치단체가 살 길이라는 맹신이 확산하여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많이 접하는 개발이라는 말은 보통 ‘실패’나 ‘지지부진’, ‘터덕거리는’과 같은 말과 함께 쓰이는 게 보통이다. 그만큼 성공적인 개발 사례는 많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대표적인 개발사업 중 하나인 개발촉진지구 사업을 보면, 내생적인 발전 동력을 키우기 위한 사업보다는 하드웨어적인 사업에 치중한 나머지 개발의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구지정 현황을 대한민국 지도 위에 찍어 놓고 보면 개발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개발의 참된 의미 주목해야

전 국토를 모두 개발대상으로 삼겠다고 하니 민자 의존도가 높은 관광휴양·지역특화 사업 같은 경우 민자 유치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러한 사정은 전국적인 상황이며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시야를 좁혀서 전라북도 새만금 개발로 눈을 돌려보자. 새만금 경자청에는 총 5개의 사업이 있었다. 이 중 배후도시는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작년에 강제 퇴출당하였고, 새만금 관광단지는 매립공사 이후 중단 상태에 놓여 있다. 고군산 관광단지도 15년가량 투자자를 찾지 못해 착공조차 못하고 있으며 청사진만 가지고 있을 뿐,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언론의 지적대로 나머지 경자청 개발사업들도 잠재적인 퇴출대상으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개발사업은 이외에도 지면에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무수하게 많이 진행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사업 진척도가 현저하게 낮고 민자유치 실적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서 건축가 승효상씨의 지적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한국의 도시와 국토 개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마스터플랜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몇십만 분의 일로 줄여 놓은 지도를 펼쳐놓고 각각의 땅과 지역이 쓰일 용도를 지정하면 멋진 그림이 나오는데, 멋진 그림이 그대로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망상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멋진 그림’이 실현된 사례는 추호도 없다고 한다. 승효상씨의 일갈은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 특히, 개발논리로 접근하는 공간에 대한 철학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개발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서 열어 제치고(開) 쏘아 올린다(發)는 개발의 참된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청사진을 그럴싸하게 그리고 크게 개발하는 것만이 개발이 아니라는 점을 성찰해야 한다.

개발의 유용한 과정 정착할수 있도록

특히, 물리적 개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지양해야만 한다. 전 국토 또는 전라북도 전 지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리적 개발이 반드시 필요한 곳만 취사선택하여 역량을 집중하되, 나머지는 무형의 자원을 활용하는 개발이나 지금껏 선언적인 차원에 머물렀던 소위 지속가능한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전라북도처럼 수십 년간 저발전 프레임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지역은 개발이라는 말을 더욱 자주 접하게 마련이다. 어떻게든 낙후된 지역을 일으켜 세워보겠다는 도민의 열망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거세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역사회 여론은 성급한 개발논리를 옹호하는 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럴싸하게 그린 개발계획은 대부분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며 정책 실패로 이어져 왔고, 개발 방향도 현실성 없는 민자유치 확대나 하드웨어 개발에 치중하는 등 천편일률적이기만 했다. 이쯤 되면 기존의 개발 패러다임은 도태시킬 충분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같은 실수를 매번 반복하며 개발의 성과보다는 개발의 폐해가 안겨주는 씁쓸한 맛만 보지 말고, 개발이 진정 유용한 행위이자 과정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배승철<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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