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타살과 미래,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사회적 타살과 미래, 더 이상 죽이지 마라!
  • 김정훈
  • 승인 2012.04.29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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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패러다임의 혁명적 전환,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리하여 당시 소르본 대학의 담벼락에 쓰인 ‘상상이 권력을 장악한다’, ‘꿈을 현실로’라는 문구는 68혁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최근에 출판된 ‘대한민국 교육혁명’ 책자의 서문이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타살이라는 죽음의 행진은 멈춰지지 않고, 우리의 미래마저 타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 4월 16일 경북 영주시의 중학생이, 17일에는 카이스트 학생과 안동시의 여중생이 목숨을 끊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22번째의 죽음이, 45일을 넘어서는 전북고속 파업노동자의 단식이 청소년들의 아까운 목숨줄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사회적 타살은 청소년에게 경험된 미래다. 한꺼번에 피어난 올해 봄날의 꽃잔치가 서러운 이유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채 피우지도 못하고 놓아버린 수많은 어린 꽃들의 영혼 앞에서 분노해야 하는 이유이다.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이 사실마저 도저한 체념과 무관심으로 흩어진 자리에 우리는 사회적 타살의 공범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국가기관과 기성세대의 폭력이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뭇 생명들을 스스로 죽게 하고 있다. 당장 멈추게 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과 헌법에서 보장된 당연한 청소년의 권리를 어떻게든 제한하려는 국가적인 폭력은 우리들의 미래를 참으로 어둡게 만들고 있다. 청소년은 집회의 자유가 없다고? 학생은 머리카락과 복장을 규제해야 한다고? 학생은 일제고사를 보아야만 한다고? 대학가는 데 등수를 재는 것은 당연하다고? 대학 나와도 실업자, 노동자가 되어도 비정규직, 그건 내 탓이라고? 그런 것인가! 어디 잘난 1%끼리만 모여서 살아보라, 그 곳도 지옥이리니. 극악한 입시경쟁체제는 모든 현상의 원인을 ‘내 탓으로’만드는 마술쇼를 선사한다. 그러나 쇼가 끝난 후 허무하게 무너져버린 공동체는 행복한 상상을 불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해지길 소망한다. ‘안 되는 것은 내 탓, 되는 일은 1%때문에’라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제발 상상을 포기하지 말자. 꿈꾸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국가는 엉터리 통계를 가지고 폭력학교 찍어내고 학교에 실적을 강요하고, 폭력학생은 늘 고만 고만하게 여론의 제물이 된다. 피해/가해 구분 없이 우리들의 미래인 청소년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은 국가와 기성세대의 거짓말과 땜질 처방이 불러오는 참사이다. 어디에서부터 이 참사가 시작되었는지 알면서도 애써 눈감고 침묵하거나 오히려 경쟁을 강화하는 이 교육체제를 바꿔야만 한다. 그래서 국가의 각자도생하라는 결론적인 메시지는 책임회피이자 폭력이다. 그럼에도 선생에게 매를 들 권리를 주자는 어느 도교육의원의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감은 전두환 군사정권이 국민에게 총질한 것을 정당화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체험하지 못하고 입시경쟁에만 내몰린 학생들에게 매질을 하고 험한 군대식 기율을 강요해야 한다는 그는 아쉽게도 전직 교육자다. 아니 폭력교육자다. 아무런 근거 없이 ‘도내 교사들의 2-3%가 부적격 교사’라고 발언한 도교육의원도 전직 교육자다. 도대체 교사들을 위하는 척, 교권을 살리는 척하면서 교사에게 폭력을 사용하라고 은근하게 압력을 가하고 학생들을 공부기계로만 바라보는 그는 폭력적인 교육체제를 침묵으로 용인하는 기성세대의 한 표상일 뿐이다. 제발 교사에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꿈꾸게 하라, 선생답게 살게 하라!

교육체제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면서 미래이다. 어느 한 곳만 땜질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폭압적인 유초중등 개정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대학서열체제를 타파하는 것까지 한꺼번에 접근해야 한다. ‘찍어내는 교육 반대’ ‘얼마나 더 죽어야 중단하시겠습니까’ ‘꺼져, 0교시 꺼져, 보충수업’이라는 지난 4월 22일의 서울 광화문 청소년 100인 선언은 그래서 절규이자 교육혁명에 대한 촉구이다. 제발 우리의 학교와 미래를 사람사는 꽃세상이 되게 하라!

더 이상 죽이지 마라, 우리 아이들을 우리의 미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 교육혁명’은 사회적 타살의 공범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우리들의 행복한 미래이다. 지금! 여기서! 당장! 눈을 뜨자, 행동하자!

김정훈 / 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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