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함과 지겨움이 공존하는 전주완주 통합논의
절박함과 지겨움이 공존하는 전주완주 통합논의
  • 최두현
  • 승인 2012.04.2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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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완주 통합 논의는 입장에 따라 불쾌함과 절박함이 공존하고 있다.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역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임을 확신하며 절박한 심정이다. 그런가 하면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통합논의가 불쾌하고, 지겹다고 생각한다.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갈등이 되고 있다.

싫든 좋든 전주완주 통합논의는 다시 시작되었다. 관련 법률이 오는 6월까지 시군통합 등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통합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 기간 전주와 완주의 통합추진을 건의하고, 2014년 지방선거전에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을 위해 전주완주통합추진위원회라는 민간기구도 발족했다. 그러나 통합을 반대하거나, 통합논의 자체가 불쾌하다는 사람들은 통합추진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성공적인 통합논의 방안 찾아야

이처럼 통합논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점이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과 생활방식을 스스로 결정하며 살려고 한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사람들은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때 거의 본능적으로 반발한다. 오늘날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정치제도도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완주군민 입장에서 통합추진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이 침해된다면 그들의 반발은 매우 클 것이다. 철저하게 주민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통합이 결정되어야 한다.

전문가와 자치단체, 중앙정부,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통합에 따른 장단점과 비전 등을 제시해 주민들의 판단을 돕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전주의 인구와 경제력, 인지도 등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통합추진 논의가 형성된다면 될 일도 안 될 것이다.

둘째는 통합방안을 위한 해결책을 찾으려 하기보다는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민간단체와 전주시에서 통합이 되면 지역발전에 큰 성과가 있다고 홍보에 치중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쟁점에 따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억지로 한쪽 눈으로만 보려는 것처럼 불편하다. 오래전 시군통합을 이룩한 지역들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무엇인지,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반대하는지 등 문제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성공의 열쇠라는 점이다.

셋째는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갈등과정을 중재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난 주장과 실제 요구사항이 다른 경우가 많다. 서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문제가 해결된다. 완주군민이 진정으로 우려하고,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 이를 해소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통합공약을 내걸어도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바라봐야

갈등해결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방법 중에 하나가 “왜?”라고 묻는 것과 상대방의 관심사에 집중하는 것이다. 통합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런지를 묻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고 통합의 좋은 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이런 접근은 어쩌면 일방적인 공급자 위주의 접근이다. 시군통합은 누구는 공급자이고 누구는 소비자인 구조가 아니다.

완주군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왜 반대하거나 무엇을 우려하는지 들으려는 노력이 시군통합 논의를 진전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것은 아무리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를 해도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면 반발하는 것이 사람의 기본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최두현<전라북도갈등조정협의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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