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협동을 배우자
곤충의 협동을 배우자
  • 유춘택
  • 승인 2012.04.1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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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먹을 만큼 살면 자기자리를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갈망했던 지난날의 소망들은 아예 망각의 잿더미로 변해버려 과욕을 부리거나 심지어는 과대망상증 환자로 전락해 지난날 초심을 잃고 급기야는 엉뚱한 퇴락 속에서 원치 않는 사회적 패륜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세상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협동하는 마음과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온 인류가 바라는 선진사회다. 우리는 엊그제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 당선자와 낙선자를 불문하고 과대망상이나 피해망상에 감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일화를 인용해 제언의 기회를 가져본다.

미국에서 동물이 방사능에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는가 하는 실험이 있었다. 일정한 구간을 정해 각종 동물을 살게 한 뒤 방사능을 쪼여본 것이다. 아주 약한 방사능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 강도를 높여가는, 어떻게 보면 아주 잔인한 실험이었다. 이윽고 덩치가 큰 포유동물로부터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하더니 맨 마지막까지 살아 움직이는 최후의 승리자가 판명되었는데 그것은 딱정벌레였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동물들이 멸종해버린 지구를 딱정벌레가 지배한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쳐서 그렇지 자연의 균형이 조금만 깨어져도 곤충이 지구를 정복할 위험성은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 하루살이 두 마리를 마음껏 번식하도록 내버려둔다면, 1년 후에는 지구의 모든 대륙을 7cm 두께로 뒤덮고 만다. 다만, 잡아먹히거나 죽거나 하는 자연의 조절능력 때문에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지만 곤충만큼 질긴 생명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신체적인 조건으로 따진다면 곤충이 훨씬 더 바람직하게 진화해서 인간보다 몇 배나 더 강인한 인내력을 갖게 되었다고 보아야한다.

곤충 가운데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널리 알려진 벌을 보아도 그 점은 분명해진다. 우선 벌은 스스로 인구조절능력이 있다. 먹이가 많을 때에는 인구를 늘리고 먹이가 적을 때에는 인구를 줄인다. 그것을 아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여왕벌의 산란 비율을 조정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또 여왕벌의 산란율은 먹이가 많고 적음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된다. 그조차도 여왕벌 일벌들에 의해서 마음대로 만들어진다. 특별히 로열젤리를 먹인 놈만이 여왕벌로 태어나는 것이다.

이 모든 일들이 일사 분란한 협동체제 속에서 이루어진다. 벌들의 세계에서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우두머리도 없고 서로 상관하는 일도 없다. 그저 자기가 맡은 일만 부지런히 함으로써 그렇게 훌륭한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벌들의 세계는 협동정신이 빚어놓은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벌들이 그러한 걸작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또 한 가지의 협동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꽃과의 협동이다. 꽃에서 꿀을 얻는 대신 꽃가루를 이 꽃 저 꽃으로 옮겨주어 식물의 번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이보다 더 조직적이고 완벽한 협동의 방식을 찾아보는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비슷한 수준으로 개미 정도가 있을 뿐이다.

물론 인간의 삶이 벌과 같을 수는 없다. 벌은 일종의 미물로서 움직일 뿐이고 인간은 정신적인 존재이다. 곤충 같은 미물이 세상을 지배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가상적이거나 공상일 뿐이다. 그럴 가능성마저도 희박하다고는 하나 미래학자들의 예단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불확실성의 시대 속에서 우리 인간으로서는 왠지 점차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개미, 벌 같은 곤충류는 소위 군집이라는 본능적 집단생활이라서 맡은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할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소위, 사회라는 의식적 집단생활과는 조직체계부터가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로되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인간 역시 자연 가운데에서 어떻게든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를 생각한다면 벌들의 협동하는 태도야말로 현대인들이 필연코 배워야할 교훈이요 철학이다.

이번 선거에서 선량이 되신 분들 역시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는 것. 바로 이것이 협동의 근본이며 최고의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교훈 한 가지만 배워 실천하면 족할 것이다.

유춘택<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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