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갑기씨가 밝히는 '미완의 혁명, 4.19'
홍갑기씨가 밝히는 '미완의 혁명, 4.19'
  • 김상기
  • 승인 2012.04.1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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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유공자 홍갑기씨가 국가유공자증서를 가리키고 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지금으로부터 52년 전인 1960년 2.28민주학생의거, 3.15마산의거를 시작으로 4.19혁명의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서 이승만 정부의 독재정치와 부정부패에 항거한 시위대가 줄을 이었고, 이승만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해 이를 수습하려 했지만 시위는 점차 확산일로로 치달았다. 결국 국민들의 요구를 감당할 수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를 발표하고, 혁명은 성공했다. 그 4.19혁명의 정신은 지금도 대한민국헌법 전문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4.19 52주년을 맞은 2012년 현재, 우리는 그당시 목숨을 걸고 부르짖었던 민주, 자유, 정의의 정신을 잃은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의 3대에 걸친 세습과정을 보세요. 우리에겐 엉뚱하게 보일지 몰라도 북한 사람들은 독재자를 믿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그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으니 당연한 거겠죠. 우리도 그런 세월을 보내왔어요. 4.19의 정신이 뿌리내리기도 전에 군사력을 앞세운 5.16쿠데타가 모든 걸 짓밟아버렸어요. 그리고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독재정권의 정당성 아닌 정당성에 국민들이 순치돼 버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4.19혁명이 우리 국민에게 가져다 준 정신이 명백함에도 그 의미를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시대니, 혁명은 성공했으나 미완의 혁명이 되고 만 것이죠.”

전북 순창 출신으로 4.19 당시 최고 명문 중 하나였던 광주고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홍갑기(72)씨. 당시 홍씨는 학급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사회참여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학생이었다.

“당시는 말을 함부로 할 수도 없었고, 제대로 된 정보를 들을 수도 없는 시절이었어요. 그나마 야당의 집회에 가면 언론에서 듣지 못했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학교건 집이건 그렇게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어떻게든 쫓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사복경찰들이 고등학생인 제가 학교 등하교하는 것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다녔어요.”

전남지역의 4.19는 광주고에서 시작됐다. 홍씨를 포함해 광주고생들이 주축을 이룬 12명이 주인공이다.

혁명 전날 고려대학생들의 데모 소식과 깡패들 습격으로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를 접하자 이들은 피가 끓고 살이 뛰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어 은신처에 모여 시위계획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4월 19일 학교주변에는 경찰이 깔렸고, 선생들은 주동자들을 교장실에 감금하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혁명의 도화선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때는 정말 죽음을 각오했습니다. 실패하면 죽는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시절이었으니까요. 두려움도 컸지만, 독재정치의 잔혹함을 알아버려 더 이상은 참을 수도 없었고, 치미는 울분을 견딜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그야말로 환희의 순간이었다. “참지 못해 떨쳐 일어났지만 성공한다는 생각까지는 미처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너무 감격스러웠습니다.”

홍씨는 그때의 감격이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고 말한다. “비록 5.16쿠데타로 4.19가 결실을 맺진 못했지만, 우리가 분연히 일어서야만 했던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봐요. 그래서 교육이 필요해요. 정보가 없으면 뭐가 잘못되고 뭐가 중요한지 알 수가 없잖아요. 4.19에 대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4.19관계자들을 수소문해서 각 기관이나 지자체, 기업체 등에서 교육이 실시돼야 합니다. 그런데 전혀 그런 기회가 오질 않아요. 충분히 그럴 수 있음에도 다 파묻히고 있어요. 그게 안타까워요.”

김상기기자 s4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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