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과 상호존중 (2)
자율성과 상호존중 (2)
  • 문창룡
  • 승인 2012.04.17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자주 만나면서 지켜보고 있는 터라 부모만큼은 아니어도 잘 아는 사이다. 엄청 귀여운 아이였다. 통통한 몸집에 살짝 미소는 모습이 S의 이미지(image)다. 엉뚱하면서 남자다움이 있어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S를 엄청 예뻐해 주었다. 필자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S의 아버지는 그러한 상황에 항상 의구심을 품었다. 집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 나와서 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S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내용을 애써 부인했다. 심지어 필자가 “동생을 닮아서 참 듬직해.”하고 말하면 “저하고 하나도 안 닮았어요.”하며 사실을 부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녀가 자신을 닮았다고 말해주면 대체적으로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특히 S가 자신의 아내 L을 힘들게 하는 점에서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다.

S의 어머니 L은 유능한 편집 디자이너다. 출판사의 디자인실장을 맡고 있는 그녀에게 과중한 일감은 버거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회사의 성장과 함께 자신의 나아지는 살림살이 때문에 일에 대한 보람을 찾고 있었다. 아들 S에 대해서는 남편과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더욱 의젓하게 생각하며 믿음을 가지고 있는 아들은 따로 있었다. S의 형 H였다.

H는 S보다 한살 많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며 남이 생각해 내지 못하는 기발한 생각을 잘 했다. 특히 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H는 엄마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았다. S가 엄마 곁을 맴돌며 귀찮게 했지만 H는 혼자서도 자기 일을 제법 잘 해냈다. 일이 바쁠 때 S는 더 치근대고 어리광을 부렸지만 H는 의젓하게 기다려주는 대견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내는 노골적으로 표시내진 않았지만 H를 더 좋아했다. 남편도 동생 S보다는 형 H를 더 좋아했다. 남편은 S를 나무라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S의 행동에 제동을 거는 경우도 많아졌다.

자율성과 상호존중의 문제는 S의 집에도 항상 존재한다. 자율성은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자신이 원할 때 자신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율성은 욕구에 관한 문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누구에겐가 억압받은 상태로 그 행동을 하게 되면 자율성을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억압된 자율성은 결국 욕구를 포기하게 되고 과도한 자율성은 욕구에 집착하게 된다.

한 개인이 성인이 되어서도 가지게 되는 자율성의 패턴은 어린 시절 부모와의 욕구 충돌을 어떻게 처리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S의 경우도 그렇다. S는 아버지에 의해 욕구를 억압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형 H에 대해서는 다소 허용적인 집안 분위기와 어머니가 보내는 믿음감이 보이지 않는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의사결정과정에서 S는 항상 갈등해야만 했다.

그래서 S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관계를 개선해 갔으며 남편에게 사랑받는 아내이자 형 H를 더 믿어준다고 생각하는 어머니를 귀찮게 하는 것으로 자신의 욕구불만을 표현했다. S의 어머니이기도 하기에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처럼 부모와 자녀의 욕구 충돌은 어느 집에서나 중요한 문제가 된다. S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