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4명의 가족은 서로 얼싸안고 펑펑 울었다. 19대 총선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지난 11일 늦은 밤, 바보의 일곱 번째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새누리당 옷을 입고 전주 완산을에 총선 출마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이야기다.
지역장벽을 깨겠다며 2010년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낙마한 데 이어 이번 총선에서 35.8%의 득표력을 발휘했지만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의 47.0%에 석패했다. 바보를 자임한 그는 총선 직후 5일째인 16일 “전주시민에 고맙고도 안타깝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3만 명이 자신을 지지한 것에 대한 고마움과, 아직도 지역장벽이 두터운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너무 힘든 여정이었다”며 치열했던 선거 과정의 어려움을 표현한 뒤 “아내와 아들딸까지 모든 것을 던졌는데 지역장벽은 너무 높았다”고 술회했다. 교직에 있던 아내는 2010년 지방선거 때부터 사표를 쓰고 남편을 도왔고, 이번엔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과 딸까지 휴학계를 내고 아버지의 외로운 싸움에 동참했다. 아들 용훈군은 “아버지의 전주 사랑을 받아주십시요”라는 피켓을 들고 큰절을 올리는 체력전으로, 딸 다은양은 마이크를 잡고 호소력 있는 유세전으로 유권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선거 과정에서 5㎏의 살이 빠졌다는 그는 “가족들의 아픔이 너무 컸다. 지금은 서로 평상심을 되찾았지만 외발통으로는 지역발전을 이룰 수 없음을 다는 절실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에서 소외되고 호남의 변방에서 아파하는 전북과 전주를 위해 열심히 뛰었는데 인물론으로 지역의 벽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불균형이 심화할지라도 세월이 가면 언제인가 균형을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에도 청군과 백군이 있는데, 전북은 외발통만 굴리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한 정 전 장관은 “민주당 싹쓸이 울타리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전북, 세계 속의 전주가 되기 위해선 쌍발통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바보 정운천의 일곱 번째 도전’ 책을 냈던 그는 “도전은 계속되는가”라는 질문에 “가족의 고생이 너무 심했다. 도민의 사랑을 많이 받아 감사하며 향후 또 다른 도전은 시간을 갖고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홍기자 khpark@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