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후가 뒤바뀐 문화시설
선후가 뒤바뀐 문화시설
  • 송민애기자
  • 승인 2012.04.12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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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문화시설들이 턱없이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곤경을 겪고 있다.

현재 개관 준비 중인 전북도립문학관의 경우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제대로 인력풀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주문화재단이 수탁하고 있는 3대문화관은 예산부족으로 프로그램 개발과 사업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도립문학관의 1년 운영예산은 1억 원 남짓으로, 여기에는 인건비와 프로그램 운영비, 그리고 시설 운영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전주시의 3대문화관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3대문화관의 각 문화관별 1년 운영예산은 약 1억2,000만 원에 불과, 이 역시도 인건비와 운영비가 전부 포함된 예산이다.

때문에 관립 문화시설 관계자들은 “너무나 적은 예산 탓에 사업과 프로그램을 운영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개개인의 전문성을 발휘해 독창적이고 특화된 사업 및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싶지만, 번번이 예산문제에 부딪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예산부족 문제는 곧 문화예술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의 경우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성취감이 떨어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소중한 일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또한, 시설은 사업과 프로그램 개발에 부진을 겪으며 역할과 존폐논란에 시달리기도 한다. 문화시설을 건립하기 전 그에 준하는 타당한 예산부터 확보해놓아야 하나, 일단 짓고 보자는 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이러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와 도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초래한 결과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화시설들 또한 운영부실의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적은 예산으로 인해 어려움과 한계를 겪고 있음은 십분 이해하나,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사업과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도내에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단체를 운영·보존하는 문화예술단체들이 상당하다. 이들의 대부분은 단체의 존립을 위해 사활을 걸고 운영에 매달리고 있다.

중앙정부를 비롯해 도(道)나 시(市)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응모하고 도전함은 물론 타 문화시설들과의 연계를 통해 스스로 생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존의 위기 속에서 처절하게 발버둥치는 사설 문화예술단체들을 보고 있노라면, 관립 문화시설들의 예산부족 논란은 행복한 투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관립 문화시설들이 겪는 어려움과 한계도 충분히 짐작하지만, 문화시설들이 예산부족만을 운운하기보다는 이제는 조금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사업과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나감은 어떨까.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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