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의 가치를 포기해 불편한 이유
문예진흥의 가치를 포기해 불편한 이유
  • 김미진기자
  • 승인 2012.04.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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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가 추진하는 ‘2012년도 레지던시 프로그램 지원사업’에 선정됐던 한 단체가 부족한 사업비와 심사의 형평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더니 결국 사업추진을 포기했다.(본보 3월 7일자 14면 보도)

정읍출신 설치미술가 전수천씨가 기획에 참여해 이 사업에 응모했던 ‘비닐하우스AA’가 최근 도에 사업추진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 “지난해 참여 실적만을 물어 사업비를 책정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전씨의 사업 포기 이유지만, 중앙에서 이름 좀 날리며 활동한 한 예술가가 턱없이 적은 예산을 받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비닐하우스AA’가 제시한 ‘창작공간AA’ 사업에 지원을 확정한 예산 4,000만원은 반활 될 처지다. 열악한 지역미술계에서 창작역량을 키우는 종잣돈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예산이 빛도 보지 못한 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물론 미술작가를 상주시키고 진행하는 레지던시 사업의 특성상 충분한 예산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해보지도 않고 무기력하게 포기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이 단체가 공모에 참여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또 다른 단체에도 예의 있는 행동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내 문화예술단체나 개인에 평균적으로 배분되는 문예진흥기금의 액수는 200만원에서 500만원 선. 레지던시에 투입되는 예산이 결코 적지 않은 만큼 지역예술가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미리부터 문예진흥의 가치를 포기한 이 같은 행동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이유다.

전북작가회의도 5일 발표한 성명서 ‘문예진흥기금 수령을 일체 거부하며’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전북도 문예진흥기금의 편파적 배분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온 작가회의는 이날 “2012년 우리 단체 몫으로 선정된 모든 문예진흥기금 수령을 일체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예진흥기금 배분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성과를 내놓자는 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기금 수령 일체를 거부하며, 특정 단체에 예산이 터무니없이 많이 쏠렸다고 운운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일은 아니다. 작가회의의 사업이 더욱 내실 있고, 필요한 사업임을 주장하며 이해시키는 것이 우선 아닐까.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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