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종범, 나는 행복한 사람
은퇴 이종범, 나는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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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0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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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를 보이며 대답을 이어가던 이종범(42)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던 가족에게 감사를 전하는 기자회견의 마지막 대목이었다. 울먹이던 이종범은 "나는 행복한 선수입니다"라고 했다. 그라운드를 평정한 '바람의 아들'이 떠나는 모습은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최고의 타자로 1990년대를 호령한 이종범이 5일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은퇴를 알렸다. 지난달 31일 구단과의 면담을 통해 갑작스럽게 은퇴의사를 밝혔던 이종범은 그간 마음을 추스린 뒤 공식 인터뷰 자리에 나섰다. 이종범의 은퇴 발표 이후 '구단에 등 떠밀린 은퇴'라는 이야기가 돌며 KIA 타이거즈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기도 한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이종범은 "결코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이종범은 "구단에서 은퇴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이 2008년 시즌 후였다. 이후 은퇴라는 단어를 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종범이 밝힌 자신의 은퇴 조건은 단 하나였다. 구단에 자신이 보탬이 되는지 여부다.

이종범은 "자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구단으로부터 이번에 내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듣고 은퇴를 결심했고 이유는 그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만일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은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종범의 은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종범은 시즌을 치르다 4.5월경 내 자리가 없었다면 스스로 물러섰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퇴를 결정한 뒤 시간을 보낸 이종범은 "모든 것을 불태웠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해태의 유니폼을 입고 행복했고 타이거즈를 입고 은퇴해서 기쁘다. 다시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겠다"고 웃어보였다.

이제 이종범은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구단의 연수는 정중히 거절한 그다.

이종범은 이 이유에 대해 "다른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야구는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지만 선진야구를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연수는 큰 의미가 없다"며 "그간 같은 곳에 머물렀던 것 같다. 좋은 지도자가 되려면 넓은 세상을 보고 넓게 살아야 한다고 믿기에 그간 잘 다듬어서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라운드를 떠나게 된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역시 가족이다. 이종범은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 눈물을 쏟으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종범은 "가족이 있어서 내가 슬럼프도 이겨내고 했던 것 같다. 사랑스러운 아내와 아들 딸이 있어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시즌이 시작되는 만큼 팀에 부담을 줄 수도 있는 은퇴경기는 정중히 사양한 이종범은 조만간 날짜를 정해 공식 은퇴식을 갖고 그간 자신을 사랑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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