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造景)인가? 자연 파괴인가?
조경(造景)인가? 자연 파괴인가?
  • 김우영
  • 승인 2012.04.0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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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조경의 정원을 말할 때 우리는 담양의 소쇄원을 떠올리게 된다. 소쇄원은 한국 민간 정원의 원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곳은 1400여 평의 작은 공간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조성된 건축물, 조경물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절묘하게 이뤄내며, 경관의 아름다움이 탁월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 아름다움은 인공의 아름다움에서가 아니라 자연 상태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그것을 해치지 않으면서, 순응하면서 건축과 조경이 이루어짐에서 비롯된다.

일본 정원의 축소된 자연과 같은 절제된 인공미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보여준다. 일본의 정원은 정원의 수목이라 하더라도 원형의 모습이 좀처럼 변형되지 않고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인위적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일본의 정원에서는 인공미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담장밖의 풍경, 조경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

우리의 정원은 수목을 일정한 형태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투박하게 보이지만 그것들이 자연적으로 생육하면서 드러내는 조화를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의 정원의 구성의 더 중요한 특성은 단지 담장 안의 대상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담장 안의 풍경만이 아니라 담장 밖의 풍경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조경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담장 안이 내원이라면 담장 밖은 외원으로 불린다. 정원은 담장 안에서 담장 밖으로 확장된다. 전통적인 조경은 담장 안의 대상들의 조화만이 아니라, 주위의 경관을 안으로 불러들이고 조화를 고려하여 각 요소를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전통적인 조경의 관점은 현대의 조경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아름다운 조경은 대체로 자연 경관과 수목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최소한의 인공을 가함으로써 표현된다. 우리는 조경에서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축소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단지 조경의 효율성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 경관과 수목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고, 그것들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나름의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건축 또는 조경을 하고자 하는 장소에 200년 된 수목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나름의 생명에 대한 권리가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생물학적 가치, 미적 가치, 문화재적인 가치, 그리고 민속학적인 가치를 간직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가치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여, 그것을 있는 그대로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발할 의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라고 할 수 없다.

앞서 가치들은 경제적 가치와 비교하여, 더 본질적인 가치이며, 경제적 가치로 환산한다 하더라도 더 적은 것은 아니다. 그것의 가치는 인간은 자연 속에 있을 때 풍요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도심 속의 오래된 자연 경관과 수목들은 인공적으로 우리가 다시 복원하고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건축과 조경에서 자연경관과 수목을 최대한 파괴하지 않으면서, 최소한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은 경제적 효율성을 이유로 전혀 존중되지 않는다.

역사가 숨쉬는 오래된 정원 도시의 삶

최근 도심 녹지 지역의 대규모의 조경을 위해서 이루어지는 시설 사업은 과연 아름다운 경관을 조성하기 위한 것인지 시설비를 사용하기 위한 것인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그것은 대체로 수목의 가지 치기에서 시작하여, 인공물을 설치하기 위해서 수목을 베어내고, 한편으로 기존의 수목을 파내고 새로운 수목으로 대체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새롭게 조성된 조경이 자연의 보존보다는 인공물의 설치에 더 비중을 두어짐으로써, 아름다운 정원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변형되고, 폐허화 되는 경우도 있다.

도심의 곳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자연 경관과 정원, 수목들이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울창한 아름드리 수목들이 아무런 성찰 없이 베어지고 그 자리에 볼품없는 어린 나무들이 채워지는 것이다. 역사가 숨쉬고, 아름다움이 배어나는 도시는 오래된 아름드리 수목으로 채워진 도시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는 자연 경관을 간직한 오래된 정원을 많이 가진 도시에서 살기를 바란다. 담양의 소쇄원에서 그들의 삶을 경영한 선조의 지혜가 부럽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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