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은 매니페스토 선거이어야 한다
4·11 총선은 매니페스토 선거이어야 한다
  • 최낙관
  • 승인 2012.04.0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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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년 만에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의 해이다. 다양하고 풍성한 이슈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유권자의 희망과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각 정당의 후보들과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진 선거주자들은 23일 선관위에 후보등록을 마치고 4·11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자신들만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전라북도에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의 통행과 이동이 많은 거리에서 여야후보들은 선거 도우미들과 함께 확성기와 각종 광고판으로 무장한 트럭을 앞세워 자신이 적합한 후보임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각계각층의 유권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선거문화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각각의 후보들이 이러한 다양한 선거 수단과 전략으로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많은 유권자들은 그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유권자의 무관심에만 문제가 있는 걸까? 어느 정당에 그리고 누구에게 자신의 한 표를 던져야 할지 모르는 유권자들의 혼란은 직접적으로 각 정당들의 정책과 공약들이 서로 유사하여 차별화되지 못하는 문제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새로운 희망을 향한 4·11 총선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모름지기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되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매니페스토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제시하는 약속이다. 약속이란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한 신뢰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즉, 매니페스토는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들에게 제시하는 공약 및 정책보증서이다. 나아가 그 보증서에는 거시적인 비전과 아울러 실천 가능한 목표, 실시기한, 이행방법, 추진 우선순위, 재원조달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담겨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권자들은 모든 후보들의 공약을 서로 비교하여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을 많이 제시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임기 중에 그 공약이 실제 이루어지고 있는지 검증하고 평가하는 한편 다음 선거에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련의 약속이행 검증과정이 매니페스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4·11 총선은 왜 매니페스토 선거이어야 하는가? 우선 지나간 우리의 선거역사에서 학연, 지연, 혈연은 후보자의 당락을 결정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거론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학연, 혈연, 지연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주체성을 가진 우리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누구의 개입도 허락하지 않은 ‘배타적인 우리의식’은 주도권 싸움, 헤게모니 쟁탈전을 유도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유권자들을 적과 아군으로 편 가르는 사회악일 수 있다. 이러한 선거분위기는 지역사회에 통합보다는 분열을, 화합보다는 갈등을 키우는 부정적인 역기능과 불가분의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구태를 극복하고 나아가 올바른 정책선거의 대안으로 매니페스토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우리 사회에서 건강하게 뿌리 내리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물론 상대후보의 비방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강력한 법적 장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은 이른바 반칙행위를 통제하는 최소한의 장치일 뿐 그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나의 문화로서 공명선거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적 장치와 함께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감시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를 조기에 정착시키는 대안일 수 있다. 선거과정에서 유권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유권자는 표로서 후보자를 조련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시민사회와 다수의 유권자가 스스로 합리적인 무시를 선택하고 공약검증과 선거 이후 당선자의 매니페스토 이행 여부를 효과적으로 감시하지 못한다면 오는 4·11 총선 또한 지나간 선거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 유권자와 시민사회는 매의 눈과 독수리의 발톱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는 후보자를 감시하고 질책하는 책임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최근 김제시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주관한 민선 5기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최우수(SA) 등급을 받았다는 기사는 그 자체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을 계기로 연고주의와 지역주의를 넘어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을 갖춘 우수한 후보자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아가 성공적인 매니페스토의 정착으로 이 땅에 새로운 선거문화와 민주주의가 꽃피길 희망해 본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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