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논쟁(Debate)교육
공식적인 논쟁(Debate)교육
  • 문창룡
  • 승인 2012.04.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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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각종 논쟁이 열띠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대중매체에서 이념과 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때 답답한 서민의 속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토론자가 있는가 하면 자기들의 이익이나 명분을 위해 구차한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다. 각종 토론에서 의욕이 지나쳐 논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데 논쟁으로 흐르는 토론을 나쁘게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을 합리화하려 하거나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비방하는 논쟁은 경계해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논쟁들을 지켜보면서 자기주장과 실수에 대한 반성,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정론을 말하는 용기, 절제되고 겸손한 언어구사 능력 등 공식적으로 논쟁을 펼치는 교육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생각은 매우 유용한 가치를 만들어 낸다. 그러기 때문에 논쟁(Debate)은 사람의 생각을 토론을 통하여 조율해 가는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의 오케스트라와도 같다. 논쟁교육을 공부의 완성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다.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자료를 모아 분석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뒤 무엇을 말해야할지 고민하여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논쟁교육은 이슈(Issue)에서 시작된다. 제주해군기지, 제네바협정 등과 같은 이슈 중 하나의 주제를 잡아 관련 자료를 찾는 리서치(Research)활동을 해야 한다. 가령 제주해군기지문제로 논쟁을 한다고 하면 제주해군기지의 배경, 논란, 발생하는 문제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의 자료를 찾아야 한다. 처음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나 지도교사의 안내에 따라 몇 번 시도해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금방 잘 해낼 수 있다.

다음은 자료를 읽는(Reading) 단계이다. 단순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다양하고 비판적인 읽기 활동이다. 읽는 단계에서 주제의 핵심을 자신의 머릿속에 재구성해 나간다. 물론 어휘력도 향상된다. 평소에 쓰지 않던 문장이나 시사적인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터득되기 때문이다. 매주 한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논쟁교육을 펼친다고 하면 1년에 수십 개 시사문제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까지 해내면 자연스럽게 말하는(Speech) 단계로 발전한다. 논쟁교육이 말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당연하다.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발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말하는 내용이 논리적이어야 하며 목소리, 톤, 제스처, 눈 맞춤과 같은 말하기의 기술도 터득된다. 말하기 훈련은 대중 앞에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한다. 오히려 자신 있는 태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자기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논쟁교육은 듣는(Listening) 단계에서 완성된다.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다. 메모하면서 경청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의 논지 핵심을 잡아내려고 애써야 한다. 자신이 말하는 차례가 되었을 때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자기 논리를 바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청력(聽力)의 문제가 아니라 비판적인 듣기능력인 것이다. 우리는 1858년 링컨과 더글러스가 펼친 일곱 차례의 유명한 논쟁을 기억할 것이다. 주제는 ‘노예제도를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였다. 링컨과 더글러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도권을 잡아가며 온 국민을 논쟁 속으로 끌어들였다. 이 논쟁의 기억은 2년 뒤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성(高聲)이 난무하고 손가락질과 몸싸움을 막장 드라마처럼 펼치는 우리나라 국회(國會)의 회의 장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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