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에 9급 공무원 합격한 정찬조씨
49세에 9급 공무원 합격한 정찬조씨
  • 최고은기자
  • 승인 2012.03.22 17:4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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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조씨
봄비가 내리는 오후, 하루일과처럼 여겼던 목공소 일을 잠시 손에서 내려놓았다.

햇빛이 다시 뜨면 자연스레 찾을 목공소이지만 이제 옛 직장이 될 듯 하다.

은퇴를 목전에 둔 정천조(49)씨는 올해 전북도가 선발한 사회복지직에 당당히 합격하면서 제2의 인생을 앞두고 있다.

거칠다 못해 깊게 박힌 굳은살로 투박한 두 손이 대변하듯 정씨는 20년 넘게 목수(木手) 한 길만을 걸어온 이다.

시골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나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 중학교에 들어갔으나 학업은 그에게 배 곯이를 할 뿐이었다.

어렵게 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세가 급속히 기울면서 정씨는 2학년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자퇴를 했다.

그 해 가을, 먹고 살일이 급급했던 그는 대형 서점 점원으로 취직한 것을 시작으로 공장, 공사현장 등을 전전하며 바쁜 청춘을 보낸다.

그의 나이 서른살.

토끼 같은 아내와 아들과 함께 가정을 꾸린 그는 가슴 속 어디에선가 매일 응어리졌던 학업을 다시 시작하리라 다짐하고 검정고시에 도전하게 된다.

일하는 시간을 쪼개며 틈틈이 공부에 매진한 정씨는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중퇴한 지 20년 후인 37살에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기에 이른다.

늦게 시작한 공부여서이었을까, 정씨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에 다닌 4년 내내 누구보다 공부에 열중하며 전학기 성정 우수장학금 및 성적 우수총장상을 수상한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사현장에서 목수 일로 야간에는 학과 공부로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몸소 실천했다.

정씨는 “정말 몸은 고됐지만 공부와 일 모든 것에 열심히 한 이때가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씨는 대학 시절 수업을 통해 접했던 사회복지법 관련 리포트를 작성하면서 사회복지와 첫 대면을 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2008년 예원 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한 정씨는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분야에 뛰어들며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물론 공인회계사, 한자 1급, 주택관리사 등 다수의 자격증을 따냈다.

특히 학기 때마다 나갔던 독거노인 봉사활동에서는 목수 직업을 살려 집 고치기는 물론 가구 손질에서 두각을 보였다.

정씨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내 능력 무언가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그 기쁨을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며 “그것이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직을 택하게 된 이유이다”고 말했다.

제2의 직업을 선택하면서부터 그는 매일 오전 5시,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현장에 나가고 늦은 저녁에는 도서관 딱딱한 의자에 앉아 책과의 씨름을 벌였다.

정씨는 “이번에 합격한 것 또한 나 자신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 것 같다”며 “ 대학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을 가슴 깊게 새기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열심히 발로 뛰어다닐 것을 나 스스로 다짐한다”고 말했다.

최고은기자 rhdms@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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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님 2012-04-13 13:53:13
와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달빛강 2012-03-26 18:35:24
축하합니다 꼭 이루어 내실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