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공 DNA가 흐른다
닥공 DNA가 흐른다
  • 소인섭기자
  • 승인 2012.03.22 14: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닥공2’로 대변되는 전북현대가 동력을 상실한 것일까. 전북이 지난 21일 일본 원정경기에서 치욕적인 패배로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리그 챔피언 2연패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두 마리 토끼 몰이에 나선 전북으로서는 토끼 한 마리에 전념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기로에 섰다.

지난해 리그 챔피언과 ACL 준우승으로 성가를 높이면서 ‘절대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점쳐진 전북이 아시아 패권 쟁탈전서 맥없이 무너져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전북은 개막전 광저우에 이어 지난 21일 일본서 열린 32강 조별예선 2차전서 똑같은 1-5 패배를 안았다. 언론은 ‘치욕패’ ‘동네북’이라고 아시아 정벌에 나선 전북의 무력감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ACL 예선전 H조는 한국(전북현대)·중국(광저우 에버그란데)·일본(가시와 레이솔)의 챔피언과 프리미어리그 및 FA컵 우승자인 태국(부리람 유나이티드)이 들어 있어 국가대표 대리전으로 볼 수도 있다. 2차전을 통해 경제력으로 무장한 중국의 심상치 않은 전력을 확인했다. 우승 후보 전북이 2패를 하며 약자로 돌아섰고 부리람은 2승을 거둬 강자로 업그레이드됐다. 동력을 잃은 전북의 현주소를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강희 감독의 닥공(닥치고 공격)에 이은 이흥실 감독대행의 닥공2. 가시와와의 승패를 결정지은 전반전 경기에서 전북의 전통적 전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손발을 맞춰보지 않은 선수들을 수비라인에 세우는 등 실험적 전술이 선보였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이 대행은 경기 직후 전반은 수비형으로, 후반은 공격형으로 가려던 것이 결과적으로 쓴 잔을 마시게 됐다고 밝혔다. 비기는 경기로 승점 1점이라도 챙기려던 심산이 들어맞지 않은 것이다. 중앙수비수의 잇단 부상은 다양한 전술을 어렵게 하는 측면도 있다. K리그 경기규정 변경도 이유가 된다. 지난해 경우 챔피언스리그에 나서는 팀들을 위해 경기일정 변경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주말마다 K리그 경기가 있어 두 대회 병행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이동국을 후반에 투입한 것도 체력 안배 때문이다.

점수와 내용에서 이기고 있으면서도 공격형을 유지했던 닥공을 고려하면 승점 1점을 위해 위험한 전술변화를 감행한 것 자체가 닥공의 적통을 잇지 않는 것이다. K리그만을 생각하는 경기규정 때문에 ACL에 전력을 쏟지 못한다면 두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K리그에서 전북은 2승1무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나 닥공 DNA가 흐르고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치욕패에서 배워야 한다.

가시와(일본)=소인섭기자 isso@domi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