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드 파피루스의 문제들
린드 파피루스의 문제들
  • 김인수
  • 승인 2012.03.15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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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년의 겨울, 스코틀랜드의 헨리 린드라는 젊은 골동품 수집가가 휴양 차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동안에 이집트 테베의 작은 고대 건물 폐허 속에서 발견되었다는 무척 오래된 꽤 큰 파피루스를 샀다. 린드는 5년 후 폐결핵으로 죽었고 그 파피루스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으로 넘어갔다. 이 문서는 원래 길이가 약 5 m, 폭이 30 cm 쯤 이었던 것으로, 그 전에 보관했던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두 부분으로 찢겨지면서 한 부분은 분실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고학에서 가끔 생기는 기묘한 우연 덕분에 분실된 부분은 반세기 후에 뉴욕의 역사학회의 장서 속에서 발견되었다. 그것은 유명한 파피루스 수집가인 스미드가 손에 넣은 것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파피루스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데 본질적인 논점을 밝히고 있다. 이 문서는 기원 전 1,700년경에 기록되어진 이집트 수학의 실제적인 입문서이고 학문의 고대 기념비중의 하나이다. 또한 이것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집트인이 어떻게 해서 셈을 하고 측량을 했는지를 알아내는 데 중요한 원천적인 자료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이 린드 파피루스는 B.C.1788년부터 B.C.1580년까지 이집트를 지배한 어느 왕의 신하였던 아메스 라는 고명한 학자가 쓴 것이다. 겸손한 사람이었던 아메스는 책머리에 다음과 같은 주석을 적고 있다.

‘이 책은 네에마 시대인 옛날에 만들어진 문서와 비슷하게 베꼈다.’

그가 인용한 오래 된 문서는 이집트의 제12왕조(B. C. 1849 - 1801)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실마리는 여기서 끊겨 있으며 아메스가 베낀 책이 가장 오래 된 책의 복사판인지는 아닌지도 확인할 수 없다. 또한 이 파피루스는 어떤 독자를 예상하여 쓴 책인지도 분명치 않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큰 책인지 작은 책인지, 학자를 위한 요약서인지 사무관을 위한 입문서인지, 학생을 위한 교과서인지도 알 수 없다.

이집트인은 실제적인 민족이며 사색적이고 추상적인 연구에는 그다지 몰두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학적 지식에 위대한 공헌을 하지 않았다고 전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가나 문학사를 연구한 사람들은 이집트 수학을 과소평가한 채로 지나칠 수 없다. 왜냐하면 린드 파피루스는 중요한 수학적 성과이며 그 중의 몇몇 문제는 현대의 일반 지식인이라도 풀기 힘들 정도이다. 그러나 린드 파피루스를 하나의 논문으로 본다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수학의 연습문제와 예제를 모은 것으로서 생략해서 쓰거나 어떤 경우에는 은어적인 형태로 까지 쓰여 있기 때문이다.

이 문서의 제1장은 2를 홀수로 나눈 답인 2/3 로부터 1/101까지의 표가 실려 있다. 이집트인들은 단위 분수만을 다루었다. 그 때문에 다른 분수를 모두 단위 분수의 꼴로 고칠 필요가 있었으므로, 그 표와 같은 변형은 필요했던 것이다. 2/3 만 특별한 기호로 나타냈고 그 이외의 분수는 모두 1을 분자로 하는 분수의 합으로 표시되었다. 예를 들어 3/4이라는 분수는 1/2, 1/4 의 합 으로 (그들은 + 기호를 사용하지 않았다)쓰여 졌고, 2/61은 1/40, 1/244, 1/488. 1/610의 합으로 쓰여 졌다. 이집트인은 수의 계산에는 그토록 숙달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호나 보다 복잡하지 않은 방법을 궁리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위 분수는 개량된 다른 방법과 함께 그리스의 수학자들 사이에서도 계속해서 사용되었다. 예컨대, 아르키메데스와 헤론 같은 수학자도 이와 같은 단위분수를 애용하여 썼다. 린드 파피루스에 담긴 문제들은 분수의 사용, 넓이와 부피의 계산, 방정식과 수열의 해법등과 관련된 85개의 문제가 실려 있으며 그 중 초보적인 예를 들어보면,

‘10개의 빵을 9사람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름이 9, 높이6인 곡물창고에 곡물을 가득 채우면 최대로 들어가는 곡물은 얼마나 될까?’ ‘100개의 빵을 5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려하는데 몫이 많은 3사람 것의 1/7이 몫이 적은 2 사람의 양과 똑같게 하려면 몫의 차는 얼마로 해야 하나?’ ‘7채의 집에 7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데 고양이 1마리는 7마리의 쥐를 잡고, 1마리의 쥐는 7개의 밀 이삭을 먹으며, 1개의 밀의 이삭은 7개의 낱알이 달려 있을 때 7마리의 고양이는 얼마의 밀을 절약할 수 있을까?’ 등 매우 흥미로운 문제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의 수학이 좀 더 생활과 밀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뿐만 아니라, 기원전 사람들의 수학 지식이 이 정도에 달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숫자만 봐도 벌벌 떠는 현대인들은 한번쯤은 깊이 반성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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