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장’이라는 제목의 장편소설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성격이 포악해 온갖 패악을 부리던 주인공은 사유 저수지 관리인이 된다.
완장을 차고 불법 낚시 단속에 나선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주인조차 통제할 수 없는 권력자로 신분이 상승한다.
심지어 가뭄 때 물을 빼는 것조차 반대할 정도로 그는 완장 하나를 믿고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한다.
어느 누구도 감히 면전에서 대들거나 허물을 지적하지 못한다.
저수지에 물이 빠지면서 위세당당했던 그 역시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
이 소설의 창작 시점은 1980년대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재밌는 사실은 30여 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소설 속 줄거리들이 구석구석 피부에 와닿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완장이라는 단어는 선거 후 종종 등장한다.
표를 얻기 위해 굽실거리다가도 당선과 함께 강력한 지배자로서 위력을 십분발휘한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호통도 서슴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언제부터인지 군산에도 ‘완장’이란 말이 심심찮게 회자된다.
“사람이 변해도 저렇게 변할 수 있을까”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완장’의 힘을 맹신하고 ‘안하무인’격 행동을 일삼는 인사들의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완장찬(?)인사들에게만 비난의 돌을 던져야 할까.
문제는 지역 풍토와 시민 의식이다.
이런 인사들이 설칠 수 있도록 방조하거나 방관한 모든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다음달 총선, 연말 대선, 2년 후면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변함없이 시민과 국민을 섬기고 애향,애국하는 참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유권자 위에 군림하는 ‘완장’이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구시대적 ‘완장’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군산= 정준모기자 jjm@do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