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녀 사건과 공중예절교육
국물녀 사건과 공중예절교육
  • 문창룡
  • 승인 2012.03.1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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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었다. 국물녀 사건이다. 내용인즉슨 대형서점 공공식당에서 아이에게 큰 화상을 입혀놓고 사라졌으니 가해자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붓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범인을 찾고 있다는 글과 함께 실린 아이의 화상자국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글의 조회수는 각종 포털 사이트마다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얼마 후 사건의 당사자인 50대 여성이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네티즌들은 경찰에 출석한 여성이 고의로 아이에게 국물을 부어 화상을 입혀놓고 도망갔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지레 겁을 먹고 제 발로 경찰에 자진출석한 것이라고 상황을 몰아갔다.

하지만 경찰에 출석한 50대 여성의 진술은 화상을 입은 아이의 부모가 게시판에 올린 글과는 상당히 달랐다. 음식을 가지고 가는데 아이가 뛰어 오다가 부딪혔다고 했다. 순간 뜨거운 국물이 자신의 손에 쏟아졌고 그로인해 큰 화상을 입었으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식당을 뛰어다니다 자신에게 피해를 준 아이의 부모를 찾아 사과를 받고 싶었으나 정황이 없어서 그 자리를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 CCTV판독 결과는 50대 여성의 진술과 일치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네티즌들의 여론은 50대 여성을 옹호하는 쪽으로 급선회했다. 오히려 사건의 정황을 살피지도 않고 자기 아이의 부주의한 사고를 화상테러라 규명하며 수배자 잡듯 인터넷에 글을 올린 부모가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대중식당에서 식사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와 유사하게 아찔한 상황을 겪어 보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이를 방치하는 부모를 흔히 목격한다. 심지어 학교에서 소리 지르며 뛰는 아이를 담임교사가 나무랐다고 해서 아이의 담임에게 폭언을 하는 부모도 있다. 자녀가 기(汽)죽으면 안 된다는 논리에서다.

어찌 하든지 어린이는 보호 받아야 한다. 뛰어 놀고 소리도 지르며 활발하게 커야 한다. 하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한다. 자녀가 아무 곳에서나 소리를 지르고 뛰는 것은 그것을 방치하는 부모의 잘못이 크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자녀에게 나무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변 사람들은 그러한 상황을 모르쇠로 일관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을 뿐더러 자신이 큰 화를 당하는 사태에 까지 이른 것이다. 민주주의가 정착한 나라일수록 공공예절교육을 우선으로 한다. 부끄럽게도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아무 곳에서나 소리를 지르고 뛰는 것이 도에 지나치다. 맹목적인 내 아이 감싸기가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내 아이가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않는다면 회초리를 들어서라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어느 곳에 가든지 귀한 인격체로 대접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존경받는 리더가 되기 위한 비법(秘法)임을 명심해야 한다. 오래 전에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사는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미국의 초등학교에서 생활지도에 가장 어려움을 주는 학생이 한국에서 이민 온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민 온 아이들은 미국에 와서도 한국의 학교에서처럼 아무데서나 뛰고 소리 지르고 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이 문제는 오랫동안 교육에 몸담아 온 필자도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온전히 당사자와 그 부모의 몫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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