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이 무슨 죄인가...
자식들이 무슨 죄인가...
  • 이보원기자
  • 승인 2012.03.12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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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어떻게 이리도 모질고 잔인해질 수 있는 것일까. 과연 그 끝은 어디인가. 엄마가 두 딸의 목숨을 무참하게 앗아갔다. 부안 변산의 한 모텔에서 지난 주말에 빚어진 비극이다. 큰딸은 손발이 묶인 채 욕조 물에 질식해 숨졌다. 둘째딸은 언니가 죽은 지 12시간 만에 베개에 눌려 목숨을 잃었다.

그것도 자신들을 낳아주고 길러준 모정에 의해 저질러진 어처구니 없는 비극이다.흔히 하는 말로 말세라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있을 수 없는 끔찍한 불상사가 빚어진 것이다. 그런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투신 자살은 포기했다. 자신의 뱃속으로 낳은 두 딸의 목숨을 앗아간 그지만 두려움 때문에 투신 자살을 하지 못했다.

그토록 잔인하게 두 딸의 목숨을 앗아간 엄마는 유서한장 달랑 써놓고 두 딸의 주검이 널부러진 모텔 방을 버려둔 채 도주했다.

그리고 도피 이틀 만에 부안 격포리 회센터 내의 한 화장실에 숨어있다 경찰에 붙잡혔다. 자신의 투신과 죽음은 두려움으로 몸서리친 사람이 어찌도 그리 독하고 모질고 잔인할 수 있단 말인가.

혹자는 말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엄마’라는 두글자라고. 항상 따뜻하고 포근한, 그래서 험난한 세파에 시달리며 힘들고 지치면 언제든지 달려가 안기고픈 유일한 안식처가 바로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엄마의 품이다. 이제 열살, 여섯 살 철부지들이 부모의 속사정을 어떻게 알았겠는가. 아마도 모텔에 투숙할 때까지만 해도 두 딸은 엄마와의 달콤한 외출이 즐거운 나머지 깡충깡충 뛰지 않았을까 싶다.

천진난만한 두 딸은 그런 모정이 자신들의 생명을 그렇게 끔찍하게 앗아가리라고 꿈엔들 생각했겠는가.

영문도 모른 채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가려는 엄마의 잔인한 마수가 숨통을 조여왔때 느꼈을 그들의 두려움과 공포,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죽음 그 이상의 공포와 생지옥이었을 것이다.

어린 두 딸을 죽음으로 몰고간 비극은 이번에도 어른들이 자초했다. 채무과다로 살기가 너무 버거운 나머지 두 딸과 함께 죽으려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채무 과다가 됐든 다른 연유가 됐든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 이번에도 어린 자식들만 무고한 생명을 잃었다.

아무리 빚독촉에 시달리고 생활고가 극에 달했을 망정 자식들에게 무슨 죄가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번 비극을 어느 한 개인의 가정사로 치부해선 절대 안 된다는 사실이다.

무고한 어린 생명들이 인생의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떨어져야 했던 이런 참담한 사연에서 과연 우리 사회의 어느 누가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명경시 풍조와 부모들의 그릇된 책임의식과 자식관, 우리 사회의 구멍 뚫린 사회안전망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빚어진 참극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들이지만 생명을 존중받아야할 한 사람의 인격체들임에도 그는 너무도 쉽게 생명을 앗아갔다. 인명을 파리목숨같이 앗아가는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인명 경시 풍조가 초래한 비극이다.

또한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가족 집단 자살 사건처럼 부모들의 그릇된 책임의식과 자식관에도 이번 비극의 또다른 원인이 도사리고 있다.

자식들을 자신들의 소유물이나 부속물쯤으로 여기고 끝까지 책임지고 보살펴야만 부모노릇을 다하는 것인 양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부모들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아닐까.

더구나 빚독촉에 시달리면서 막다른 골목에 처한 이 가정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매다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까지 정녕 기댈만한 곳이 없었을까.

자식들은 당분간만이라도 사회복지시설에 맡기고 해결책을 모색했더라면 최소한 비극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비극은 우리사회의 촘촘하지 못한 사회안정망, 벼랑끝에 내몰린 한 가정의 경제적 위기와 인명경시 풍조,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한 엄마의 극단적인 선택이 초래한 불상사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울리는 사회의 경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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