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를 위한 ‘불편한 진실’
경제 민주화를 위한 ‘불편한 진실’
  • 김우영
  • 승인 2012.03.0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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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진실이 아닌 거짓인 경우가 많다. 또 한편으로 많은 경우에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외면하곤 한다. 우리가 지견하게 되는 부조리한 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우리 주위에는 모르고 지나치면 편안한, 그러나 알면 불편한 진실이 너무 많다. 그러나 부조리한 현실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불편한 진실에 직면해야 한다.

‘불편한 진실’은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가 심각함에도 외면받고 있는 지구의 환경위기를 경고하기 위해서 그가 쓴 책의 제목이자, 그가 직접 출연하여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위기를 고발하고 있는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의 다큐멘터리의 제목이기도 하다. 환경위기를 경고하기 위한 ‘불편한 진실’이 우리가 지나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들을 지칭하게 된 것은 아마도 한 방송 개그 프로그램 코너의 이름으로 등장하면서이다.

최근 방송과 언론에서는 많은 불편한 진실들을 연일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알기가 더 어렵다. 과거에는 경제 성장과 재벌 기업의 성장이 동일한 용어로 사용되었지만, 지금도 그것이 진실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제 성장의 역사에서 재벌기업의 공과를 간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IMF 시대에 재벌 기업과 은행들을 회생시키기 위해서 막대한 국민 세금이 투여되었고, IT 산업 진흥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 결과로 자랑할 만한 글로벌 기업들을 일궈낼 수 있었다.

작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대형 은행들은 아마도 십조 이상, 또는 수조 이상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였다. 다른 대형 유통 업체들도 최대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였다. 치열한 국제 경쟁의 시대에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서민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축하할 만한 일은 아니다. 서민들의 현실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이 남의 집 잔치를 구경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74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애플을 제치고 세계 1등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스마트폰 덕에 삼성전자는 16조25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삼성만이 아니라 다른 휴대폰 업체의 휴대폰 판매량 량도 급격히 증가하였다. 그러나 휴대폰 산업의 국내 시설 투자와 고용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생산이 해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의 휴대폰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해외 생산을 먼저 시작한 컴퓨터 산업에서의 수출액과 일자리 역시 급감한 바 있다.

대형 은행의 영업 이익은 대부분 낮은 예금금리와 높은 대출금리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에 서민들의 가계 부채와 이자 부담은 급증하고 있다. 대형 유통 업체의 높은 영업 이익 역시 유통 서비스의 선진화라는 미명에 가려져 있지만, 중소 자영업자의 몰락과 한편으로 상품 소비 가격의 상승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성장과 막대한 영업 이익이 국내 생산과 고용 성장에 기여하기보다는 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직면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다.

국내 생산과 고용을 위해서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기업 위주의 성장에 의존하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대기업의 높은 시장 지배력은 국내 생산과 고용에 대한 장벽이 될 수 있다. 이제 진정한 경제 민주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형 유통업자와 소규모 자영업자, 동종 업체 간의 경쟁에 공정한 규제를 가하는 것은 자유 경쟁 시장 질서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정상인과 장애인, 어른과 아이, 다수자와 소수자 사이에 어떤 경쟁의 규칙도 없이 무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을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위기에 처한 국내 생산과 고용을 위해서는 소규모 다품종 생산과 다양한 서비스 시장의 형성을 빠른 시간 내에 유도해 내야 한다. 기업 활동의 규제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업종 간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대형 업체와 중소 업체의 효용성을 존중하는 규제도 마찬가지이다. 공존 발전에 있어, 대형 업체의 영업시간 제한은 사실 사소한 것이다. 대형 업소 또는 모든 업소의 영업일 수 제한, 프랜차이즈 업체의 지역 내 점포 수 제한, 정규 노동자의 근로일 수 제한, 동종 점포 간의 규모, 거리 제한 등 경제 민주화를 위한 적극적 정책이 요구된다.

김우영<전주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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