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자동차와 민주주의‘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자동차와 민주주의‘
  • 김미진기자
  • 승인 2012.03.0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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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미국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상응하는 연구가 학계에서 이루어진다면, 그렇게 해서 나오는 책이 적어도 우리 도서관 장서의 40%는 차지할 것이다.” 1975년, 린우드 브라이언트 매사추세츠공대(MIT) 명예교수가 한 이 말은 미국의 지금을 이끌어온 것이 바로 자동차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하지만 ‘자동차가 곧 미국이다’라는 공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8년 지엠(GM)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빼앗겼고, 2009년엔 크라이슬러가 이탈리아 피아트에 넘어갔다.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예전의 위용을 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의 자동차에 대한 신앙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는 아메리칸 드림인 동시에 마지막 피난처이기 때문이다.

탁월한 인물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표 지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미국의 자동차에 주목했다. 이번엔 미국 자동차 문화론이다.

‘자동차와 민주주의(인물과사상사·1만4,000원)’는 20세기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을 대중문화, 자본주의, 민주주의와 관련해 역사적으로 살폈다. 예찬도 비판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담하게 관찰하고 있다.

저자는 “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유사 이데올로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한 국가의 중심적 가치를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첫 의회연설에서 “자동차를 발명한 나라인 미국이 자동차 산업을 포기할 수 없다”고 실언해 독일 벤츠의 항의를 받을 정도로 자동차는 지금까지 국가적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사실 유럽에서 발명됐지만 자동차 문화가 만개한 나라는 바로 미국이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동서로 약 4,300㎞, 남북으로 약 3,000㎞나 되는 거대한 대지를 장악하기 위해 필수 수단이었다. 또 미국에서는 자동차를 직접 소유해 운전할 때에 비로소 ‘독립적 인간’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십대들은 운전면허를 따고 그 다음인 자기 자동차를 갖는 것에 열광한다.

책은 십대 뿐 아니라 모든 미국인에게 자동차는 일종의 세속적 신앙의 지위로 승화됐음을 보여준다.

역사학자 루이스 멈퍼드는 ‘자동차 종교’라는 말로, 미국인의 자동차 생활을 비판했다. 세계 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세계 자동차 운행거리의 50%, 휘발유 소비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미국인의 3분의 2가 과체중이고 교통비는 주택비와 비슷한 미국의 ‘자동차 공화국’ 실태를 보여준다.

미국인이 다른 어떤 차량보다 시야가 높고 힘이 강력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이유도 자동차를 향한 한결같은 신앙과 맥을 함께한다. 높은 시야를 확보해 일반 승용차들을 내려다볼 때 생기는 ‘권력의지’가 왜소해지는 자신을 감춰준다는 착각. 저자는 “아마 흔들리는 세계 제국 미국이 다른 나라와 세계를 대하는 방식도 이와 같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석사, 위스콘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 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 10권), ‘미국사 산책’(전 17권),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룸살롱 공화국’, ‘저널룩 인물과 사상’, ‘대중문화의 겉과 속’(전 3권), ‘한국인 코드’ 외 다수가 있다.

김미진기자 mjy308@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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