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야기〕선형과 비선형
〔수학이야기〕선형과 비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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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3.0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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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론 중에 분기이론이라는 말이 나온다. 분기이론이란 2개로 나누는 분할, 분열 또는 변화하는 것으로 특히 호프분기이론이란 독일의 수학자 에버하르트 호프(Eberhard Hopf)에 의해 밝혀진 이론이다. 이런 이론들을 이용하여 역학계의 운동의 법칙을 찾는 것 중 하나가 분기이론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전축의 턴테이블 한가운데에 사발을 올려놓고 그 안에 탁구공을 넣어두면 회전이 느릴 때는 탁구공이 움직이지 않고 그릇 가운데 정지하고 있지만, 그러나 점점 턴테이블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면 갑자기 탁구공은 그릇의 벽에 붙어 회전한다. 즉 이것은 어트랙터가 고정점이었다가 원으로 바뀐 것을 의미하고 있다. 앞에서 몇 차례 사용한 어트랙터에 대하여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면, 이 용어는 운동의 점들이 안정된 궤도로 끌어당긴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이와 같이 역학계에 에너지가 가해지면 어트랙터가 변하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것이 아니고 위상적인 변화인 것이다. 이러한 어트랙터의 변화를 분기라고도 한다.

호프분기를 알기 쉽게 인생행로에 비교해 보자. 아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들은 집근처에서만 놀다가 곧장 집으로 돌아오는 일에 반복한다. 이 어린이에게는 집이 고정점인 어트랙터 인 경우에 비유된다. 그러나 이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 집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학교에 등교하고 정해진 시간에 집으로 되돌아오는 규칙적인 생활이 시작된다. 즉, 학교와 집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2주기적인 생활을 한다. 여기까지는 무척 단순하게 하루를 주기로 하는 생활이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면 하루의 주기 뿐 만 아니라 일주일간의 주기로 계획을 세워서 생활한다. 즉, 월요일은 학교에 가고, 화요일은 서클활동, 수요일에는 아르바이트, 목요일에는 데이트, 금요일에는 독서, 토요일에는 스포츠, 일요일에는 교회나 다른 종교 활동을 하고 월요일에는 원래의 주기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면 1주간의 주기로만이 아니고 1개 월 간의 주기로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스케줄은 더욱 복잡해진다. 한 달의 첫 주간은 시장조사를 하고 2주째는 시장분석, 3주째는 분석결과에 따른 영업활동, 4주째는 영업성과 분석, 다시 다음 달이 시작되면 또 다른 시장조사와 같이 되풀이된다. 이렇게 인생에 있어서도 임계점에 해당하는 고비마다 생활 패턴의 분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분기가 계속되어 생활이 복잡하게 겹치게 되고 그 속에서 여러 사람이 교제하고 그러한 친분으로 사업에 도움을 받기도 하며 때로는 엉뚱한 재미 또는 피해를 보는 등, 앞날을 예측하기가 점 점 더 어려워진다. 즉, 카오스가 일어나는 것이다. 성공인가 실패인가, 아니면 그럭저럭 현상유지인가,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생의 출발점은 누구나 거의 같지만, 대부분이 앞에서 본 것처럼 2주기, 분기, 3주기 분기, 등을 거쳐서 아주 복잡다단한 카오스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초등학교 때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던 친구였는데, 동창회에서 만나보니 회사의 중역이나 장성이 되어 있거나 한다. 실제로 초등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에 두 사람이 처음에는 비슷한 처지였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나중에는 전혀 다른 직업에 종사한다든지 판이한 삶을 찾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기치의 민감성, 즉, 초기치의 차이가 분기를 되풀이하면서 큰 차이로 확대되어 버린 결과이다. 초등학교 때 가끔 했던 지각의 버릇이 4주기 분기에서는 아르바이트에 지각을 해서 쫓겨나고, 데이트 시간에 늦어서 애인에게 실연당하고… 등등 걷잡을 수 없이 사건들이 겹쳐가는 것이다. 인생은 이처럼 카오스가 본질인지도 모른다.

분기이론의 특성은 일차식이나 일차 함수와 같은 단순한 수식, 이를테면 선형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선형이란 직선을 말하는바, 명백하고 간단한 운동을 만들고 있지만, 이런 호프 주기와 같이 복잡한 역학 운동은 선형이 아니다. 선형에서는 하나의 원인에는 하나의 결과만 있지만 비선형에서는 결과를 보고 원인을 찾기가 무척 힘이 든다. 선형과 비선형의 차이를 비유적으로 개미를 가지고 설명해 보자. 개미들이 선형적으로 협동할 때에는 개미의 숫자에 비례하여 무거운 먹이를 운반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개미가 비선형적인 협력을 할 줄 안다면, 이전보다 더 적은 수로도 더 무거운 먹이를 운반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선형과 비선형의 차이이다. 비선형은 이와 같이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훨씬 높은 차원의 현상을 일으킨다.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는 비선형현상을 마음대로 제어할 수 없기 때문에 비선형을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지만 앞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은 비선형을 활용하여 많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전북대학교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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