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봄의 새싹들처럼…
학교, 봄의 새싹들처럼…
  • 김정훈
  • 승인 2012.02.28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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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는 시간은 아름답다. 다시 봄이 왔으니 아름다움을 보아야겠다. 아이들 얼굴들이야 어느 때이고 속 깊이 예쁘지 않을 수 없지. 그러나 새봄에 반짝거리는 아이들의 눈망울은 순둥이고 골칫덩이고 할 것 없이 교실에서조차 빛난다.

그야말로 봄내음이다. 운동장에서 뒤엉켜 뛰놀고 있으면 코밑 거뭇한 고딩 남학생도 봄의 새싹이다. 새봄 새 학기에는 그래도 아이들에게 ‘꿈’이 있기에 그들의 시간은 아름답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내내 그들에게는 축복받아야 할 삶의 봄날이고 아름다워야 할 시간이지만 말이다.

남도의 섬에서 봄 쑥을 캐왔다. 어찌 그리도 향이 좋은지. 그래서 봄 쑥국은 문지방도 넘게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렇다! 기성세대들에게 아이들은 봄 쑥이다. 봄나물이다. 봄의 새싹이다. 그들의 향기와 체온이 없이 이 비릿한 한국 사회가 한시라도 제정신을 차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없어지지 않을 그 향기와 빛나는 아름다움이 ‘죽음의 폭력’으로 치환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성세대의 사회제도적 폭력은 견고하고 그 반성은 겉치레일 뿐이며 그 처방은 다시 폭력적이다. 꽁꽁 얼어붙은 땅 속에서 견디며 따스한 봄볕을 머금고 이제 갓 올라온 봄의 새싹들에게 할 짓은 아니다. ‘폭력’의 책임을 종국에는 그들에게 묻는 처참한 발상들 앞에서, 우리 사회의 권력과 기성세대는 치유될 수 없는 병에 걸린 영혼이 아닌가 하는 절망이 앞선다.

마지막 몸부림으로 생떼를 쓰는 교육꼼수 ‘이주호’를 보면 더욱 그렇다. 학생부에 빨간 줄을 그으라는 학교폭력대책은 MB교과부의 폭력성을 생생하게 증거가 된다. 학생 전과자를 양산하는 이것이 더욱 큰 제도 폭력이다.

학교폭력이 심각하게 구조화된 원인을 교사, 학부모, 학교 그리고 학생 개개인에게 돌려버리는 가증스러운 얼굴로 생떼를 부리는 교육꼼수 ‘이주호’의 교과부는 ‘교육’을 말할 자격이 없다. 개학을 얼마 앞두고 교육과정을 갑자기 바꿔 선심을 쓰듯 체육 시간을 늘리라는 강압은 해괴한 집중이수제로 예체능 교육을 몰락시키고 입시과목만 살려놓은 그 책임은 모른 체하는 학교에 대한 후안무치한 폭력이다.

복수담임제의 다양한 부작용은 검토도 하지 않고 전국의 모든 중학교 2학년에 실시하라고 하는 것도 학교에 대한 폭력이다.

교과부는 경찰청에 117 통합 신고센터를 차려 실적내기와 학교폭력 범죄자 양산 체제를 꾸리기에 앞서, 학교폭력에 대한 자기성찰을 해야 했다. 교사를 희생양 삼아 학부모와의 갈등 상황에 방패막이로 내모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다. 교육주체와의 중장기적이고 진지한 토론과 대화가 없는 땜질식 또는 면피용 대책은 내놓지 말아야 했다. 그 방식이 학교폭력이기 때문이다.

나는 고발한다.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교과부를 고발한다. 미국 오하이오주 학교에서 또다시 총격사건이 터졌다. 학교폭력이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다.

그런데 그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들이 모두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에 물든 나라라는 것이 대다수 학자의 분석이다. 그 극단에 대한민국 학교가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제고사, 귀족학교를 위한 고교 서열화, 서열짓기 정글경쟁 대입, 무지막지한 대학등록금, 영리추구 대학법인화, 양극화 사회의 가망이 없는 취업전쟁, 여기에 더해 교사 간 서열 매기기 차등임금(차등 성과급)과 교원평가 등이 교과부가 자행해온 제도 폭력이다. 이 안에서 봄의 새싹들이 절망에 견디며 폭력으로 시들었다는 것을 교과부만 모르는 것 같다. 나는 고발한다. 학교폭력의 주범은 교과부이고 종범은 우리 기성 사회체제의 폭력성에 있음을.

우리는 어떻게 학교폭력 문제를 풀어야 할지 알고 있다. 우리는 이를 선언하고 실천하면 된다. 학생인권-학교자치를 보장으로 학교공동체를 복원하기. 평화와 화해가 깃든 교육과정을 내어놓고 토론하기. 대학까지 무상교육 말하기. 그리고 먼저 내 안의 경쟁 내 안의 폭력을 물리치면서 함께 경쟁교육을 폐기를 요구하기. 그것을 교육혁명이라고 부르자. 2012년 뜻있는 선거의 해에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혁명을 선언하자. 그리하여 지금 당장 여기에서, 학교가 봄의 새싹들처럼 재잘거리게 할 일이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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