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 우울증
56. 우울증
  • 박진원기자
  • 승인 2012.02.2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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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40대 남성이 전주시 평화동 소재 자신의 집 17층 아파트에서 부인과 딸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다 투신 자살해 충격을 던졌다.

또한 카이스트 학생의 잇따른 자살과 유명가수, 아나운서 등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등 우울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 중 15%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우울증으로 인한 2차적 문제도 심각하다. 10대에서 30대까지의 사망률 1위가 자살로 나타나는 등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우울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북도 마음사랑병원 김형태 원장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관리와 치료 방법에 대해 들어본다.

▲40대 5명중 1명꼴로 우울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분석한 최근 5년간의 우울증 진료현황을 보면 우울증 환자는 지난 2006년 1만 7천404 명에서 지난해에는 1만9천763명으로 13.5%가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9%로 남성의 31%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에서는 우울증환자는 40대가 21.5%로 가장 높고 50대가 19.3%, 60대 17.7%, 70대 이상 15.9% 순이다.

▲자살 사망원인 4위

통계청이 2010년도 사망원인을 분석한 결과 암이 7만2천46명으로 1위, 뇌관련질환 2만6천517명으로 2위, 심장질환 2만3천407명에 이어 자살이 1만5천566명으로 4위를 기록했다. 자살로 인한 사망자 증가 추이를 보면 2000년 인구 10만명 당 13.6명에서 2010년 31.2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중 남자가 41.4명으로 여성의 21.0명보다 2배가 높았다.

연령별 자살은 인구10만명 당 10대 5.2명, 20대 24.4명, 30대 29.6명, 40대 24.1명, 50대 40.1명, 60대 52.7명, 70대 83.5명, 80세 이상 123.3명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자살율도 높았다. 사망원인별 사망률 1위는 10대에서 30대까지 자살이 차지하는 등 젊은층의 자살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울증은 정신 기능 저하상태

기분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즐겁고 유쾌한 기분, 우울하고 슬픈 기분, 짜증스럽거나 불쾌한 기분 등이 있다. 당연히 즐거운 일이 있을 때 즐겁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건강한 것이다.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한 상태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

▲우울증은 질환

확실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다른 정신 질환과 같이 다양한 생화학적, 유전적, 그리고 환경적 요인이 우울증을 일으킨다.

생화학적 요인으로는 뇌 안에 있는 신경전달물질(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GABA 등)과 호르몬(갑상선, 성장 호르몬,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피질 축) 이상, 생체 리듬의 변화와 관련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유전적 요인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다른 한 명도 우울증이 걸릴 확률이 50% 정도 된다. 따라서 주요 우울증 발병에 유전적 요소가 작용하는 것은 명확하나 유전적 요소로 설명되지 않는 요인들도 발병에 영향을 준다. 현재까지 주요 우울장애와 관련해 일관성 있게 보고되는 유전자 이상은 없다.

스트레스만으로 우울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증상 발현에 영향을 준다. 환경적 요인은 삶에 있어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 경제적 문제, 강한 스트레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주 이상 우울한 기분 우울증 의심해봐야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는 우울한 기분 지속, 일상의 대부분의 일에서 관심 또는 흥미의 감소, 식욕감퇴증가가 한 달에 5% 초과, 잠을 설치거나 수면시간이 과다한 경우,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이 지속, 항상 몸이 피곤하고 힘이 없는 경우, 죄책감이나 무가치감, 집중력이 저하되고 부적절한 죄책감, 우유부단한 성격이 생기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등 8가지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중 1개 이상을 포함한 5개 이상에 해당되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약물 치료 6개월 이상 필요

항우울제는 대부분 비슷한 효능을 보이고 약물 투여 2~3주 후에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다. 대개 4~6주 정도 지나면 충분한 효과가 나타난다. 주의할 것은 6개월 정도는 약물 치료를 계속해야 재발을 예방할 수 있고 증상이 있는데도 치료를 중단하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정신치료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현재의 증상을 조절하는 데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우울증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정신치료를 효과적으로 받은 경우 우울증이 치료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정신건강도 향상돼 치료 전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기도 한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 중에 하나로 전기경련요법 (Electroconvulsive therapy)이 있다. 다른 치료에 비해 효과가 빨라서 수일 내지 1~2주면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도 적다. 자살 위험성이 높거나, 신체 쇠약이 심해서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경우나 항우울제에 반응이 없는 경우에 사용된다.

반복적 경두개 자기자극법 (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TMS)은 경두개 자기자극으로 뇌가 자극을 받으면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흥분성 또는 억제성 효과가 나타난다. 다양한 정신-신경계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치료용 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 김형태 원장
<기고-우울증 주위의 따뜻한 배려와 자각이 중요>

우리는 언론매체를 통해 심심치 않게 연예인 자살 소식을 접하곤 한다. 그러나 우울증을 남의 이야기로만 치부하고 자신과 주위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우울증이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우울증 환자의 대부분이 자살을 생각하고 실제 시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하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대인기피, 무기력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등 직장생활을 비롯한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하는 중병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의 상당수가 자신이 우울증인지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 치료를 조기에 시작할 경우는 회복속도가 빠르고 쉽게 치료도 가능하지만 심각한 우울 증상에 빠진 뒤 병원을 찾으면 정상으로 회복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치료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자신이 우울증 증상을 느낄 경우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가족 중 한사람이 우울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울증을 겪는 환자 중 중년 여성과 직장을 퇴직한 사람에게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혼자된 노인의 경우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학업 성적과 진학문제, 취직문제로 우울증에 빠지는 청년층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렇듯 연령대 구분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다.

배가 아프면 병원을 찾고 치료를 받지만 우울증은 정신과적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도 하나의 병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과 함께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가족의 세심한 관찰과 배려가 매우 중요하다.

박진원기자 savit57@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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