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록으로 본 ‘호남 물갈이’
어록으로 본 ‘호남 물갈이’
  • 박기홍기자
  • 승인 2012.02.17 17: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통합당이 공천작업의 고삐를 죄면서 ‘호남 물갈이’에 또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중에 예비후보들의 면접을 하고 여론조사 결과와 합산해 곧바로 경선을 위한 2배수 압축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공심위가 단수후보 공천 기준을 만들기 위해 호남 10곳을 포함한 50개 지역을 대상으로 후보 적합도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물갈이 폭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호남 물갈이’와 관련한 민주당 내 어록을 보면 그 폭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지도부조차 텃밭인 호남의 세대교체 폭과 방향성에 대해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지 않아 예측을 하기 힘들다는 푸념만 들릴 뿐이다. 실제로 지역 정가에선 “호남의 인위적인 물갈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분석부터 “2배수 압축을 선언한 것부터 세대교체의 징후가 농후하다”는 분석까지 의견과 분석이 교차하고 있다. 양자대결 구도를 만들려는 것이나 현역 다면평가는 일종의 물갈이 포석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최근 당 안에서 흘러나오는 분위기를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다.

특히 호남 물갈이에 대해 호남 정치권의 반발이 심한 상황이어서 지도부와 공심위의 최종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세균 상임고문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상천 의원, 박지원 의원 등은 최근 “판 자체를 확 바꾸면 단절될 수 있다”거나 “인위적으로 물갈이하겠다는 것은 비민주적 발상”이라는 말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반면에 “공심위원들이 단단히 벼르고 있는 것 같다”(신경민 대변인)거나 “호남 중진들이 길을 터줬으면 한다”(임종석 사무총장)는 말도 흘러나와 호남 물갈이가 19대 총선의 태풍이 될지 찻잔 속의 미풍으로 전락할지 두고 볼 일이라는 분석이다.

한 예비후보는 “호남 물갈이 여론이 작년 말부터 거세게 일다 2월 이후 수그러드는 양상”이라며 “그렇다고 완전히 정리된 사안은 아닌 만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아 현역이나 도전자 모두 초조하게 공천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공심위 공보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최근 “(호남) 물갈이 비율을 정할지, 그렇지 않고 심사를 할 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기홍기자 khpark@

<호남 물갈이 어록>

-박준영 전남지사, 2월 14일 중앙 언론사 인터뷰, “호남 출신이라고 다선(多選)에 대해 자꾸 물갈이를 이야기하는 것은 결국 ‘호남에서는 정치 지도자가 나오지 마라’는 것과 같다”.

-박상천 의원, 2월 9일 국회 기자회견, “인위적으로 물갈이를 하겠다는 건 선거를 통한 국민의 심판을 무시하고 몇 사람이 앉아서 물갈이를 하겠다는 것으로서 오만하고 비민주적인 한심스런 발상”.

-신경민 대변인, 2월 7일 PBC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공심위원들의 이해를 보아서는 단단히 벼르고 달려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임종석 사무총장, 2월 3일 서울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 “호남의 중진의원들이 신진세력을 위해 길을 터줬으면 한다”.

-정세균 상임고문, 1월 24일 도의회 출입기자들과의 간담, “일정 수준의 교체는 있어야 하겠지만 판 자체가 뒤바뀌면 단절될 수 있다. 판갈이가 능사는 아니며 다선이 죄는 아니다”.

-박지원 최고위원, 1월 19일 광주 최고위원 회의, “한나라당식 군사독재 논리로 호남 물갈이를 해서는 안 된다.”

-한명숙 당 대표, 1월 19일 광주최고위원 회의 직후 열린 지역 기자간담회, “호남 물갈이란 위에서 칼질하는 건데 이미 민주당은 시민들이 자신의 주권을 행사하는 ‘밑으로부터의 공천혁명’이 시작됐다. 호남 물갈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강기정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야당 간사), 작년 11월 24일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 “‘물갈이’라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 (정치권 등이) 평소엔 광주를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했다가, 총선 때만 되면 호남 정치인을 지역주의의 근원인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올 1월 작성한 공천내용, “호남과 야권 우세 지역의 3선 이상 현역의원은 불출마하거나 여당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