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성(Complexity)
복잡성(Complexity)
  • 김인수
  • 승인 2012.02.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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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공명장치로 뇌를 관찰해 보면, 어린이가 컴퓨터 게임을 처음 할 때에는 뇌의 신경 대부분이 분주하게 활동하지만, 게임에 익숙해지면 뇌신경의 대부분은 쉬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운동중추에서만 산소와 포도당을 소비하면서 활동한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우리가 느끼는 정도는 대부분의 뇌세포가 혼란스럽게 활동하는 정도와 일치한다고 한다. 마치 돌연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모든 조직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다가 어느 정도 사태를 수습하면, 필요한 요원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철수하는 상황과 같은 이치이다.

수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통하여 구조를 파악하면 복잡한 것을 단순화할 수 있다. 라는 명제를 얻었고 실제로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을 찾는 도구로 사용되는 수학문제를 푼다는 것은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선 복잡한 대상을 과학적으로 정리하고 단순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량화해야 한다. 즉, 복잡한 정도를 측정하여 이것을 숫자나 수식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수학은 가까움, 연속, 등 우리가 일상에서 상식적으로 쓰는 애매한 말들을 모두 엄밀하게 정의하고 이것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현대수학에서는 무한을 수치화하여 수학의 틀 안에 편입시켰다. 이렇듯 복잡한 것을 정의하고 수치화하는 일은 당연히 수학자의 몫이며 이런 작업들을 통하여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과학에 있어서 수학은 여전히 여왕의 자리를 지켜나갈 것이다.

우리말 대사전에 보면 복잡성이란 갈피를 잡기 어려울 만큼 여러 가지가 얽혀 있거나 어수선한 성질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지난 300년간 군림해온 근대과학은 모든 사물이 분자, 원자, 소립자 등으로 분해될 수 있다는 환원론에 의해서 복잡한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을 설명해 왔다. 그러나 아무리 나누어도 단순화되지 않는 생명체, 경제, 기상, 우주 등의 현상은 이러한 근대과학 이론으로써는 설명할 수 없음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와 같은 복잡한 체계를 그 세부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종합, 분석함으로써 설명하려는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바로 복잡성 과학이다. 단순한 질서도 없고 또한 너무 복잡하여 무질서한 것도 아니고 복잡하지만, 독특한 질서를 보이는 시스템을 복잡성(Complexity)이라고 한다. 좀 더 엄밀하게 정의하면 복잡성이란 국소적인 정보에 기초하여 동적인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내부에 다양한 부분 시스템이 생성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복잡성의 연구는 1980년대부터 급속하게 심화하여 일반화되었다. 그 중에서 연구 대상이 되었던 전형적이고 흥미 있는 복합성은 특히 생명이나 생명에 가까운 행동을 나타내는 시스템으로서 인공생명, 진화, 면역계, 신경계 등이 있다.

우리는 지식 안에 저장된 어떤 자료나 정보를 찾아내는 규칙을 발견하게 될 때, 우리는 질서를 찾았다는 표현을 쓰거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여행을 떠나가 전에 목적지의 지도나 여행안내서 등 여행에 대한 정보를 모으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곳에 대한 정보를 미리 기억장치에 저장시킴으로써 앞으로 일어날 복잡성을 해결할 실마리를 미리 찾기 위해서이다. 처음 방문한 도시를 걸으면 매우 복잡하게 느낄 때가 많다. 그 이유는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에 그 도시의 공간지도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방문하는 동안 뇌의 부위에는 거리에 늘어선 집들이며, 거리에 대한 공간 지도가 형성되므로 복잡함을 느끼지 않게 된다. 어른들이 단순하다고 보는 것을 어린이들은 복잡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보가 미리 뇌 속에 없을 때는 아무런 대책도 강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복잡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어느 정도 복잡한지가 우선 객관화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복잡함의 정도를 수치로 표시하는 일이 필요하다. 과연 우주 안에서 가장 복잡한 존재란 어떤 것인지?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복잡성은 정보가 최대로 많은 상태이며, 무질서는 아무것도 찾아내기 힘든 상태라고나 할까?

복잡성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복잡하다는 뜻은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다. 예를 들면, IQ 테스트가 그 좋은 예이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문제를 얼마나 많이 해결하는가를 IQ로 수치화해서 측정하는데, 그 내용은 주어진 문제가 기존의 시스템 내에서 얼마나 복잡한가를 평가하는 일이다. 앞에서 이야기 한 대로 경험이 적은 어린이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어른은 바로 해결할 수 있다. 이것과 관련하여 생각한다면, 어떤 기준이 되는 시스템을 설정하여 문제해결에 걸리는 시간으로 복잡성을 측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복잡계의 특징은 요소간의 비선형 상호작용을 포함하기 때문에 시스템의 거시적인 행동을 요소의 성질에서 직접 예상할 수 없다는 것과, 시스템을 외부에서 관측하는 시점뿐만 아니라 관찰하는 시점을 시스템에 속하는 요소의 위치에도 가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본래 사회 시스템이나 인격 시스템의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복잡계의 이론을 지지하는 발상이 사회시스템이나 심적 시스템의 행동을, 즉 직감적인 기술을 넘어서,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학이야기(2012-2-17) 이학박사 김인수, 호남수학회장, 전북대학교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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