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가는 선생님
감옥에 가는 선생님
  • 문창룡
  • 승인 2012.02.1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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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도 가장 뜨거운 곳이 있다고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 우스갯소리를 한다. 어떤 일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 나쁘다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교사가 민감한 여론이 뜨거워질 감옥에 가게 생겼다. 학생지도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으면 경찰이 잡아가게 하겠다는 정부의 제스처 때문에 앞으로 교사들이 학생폭력과 관련하여 경찰의 조사를 받을 일이 빈번해질 것 같다. 최근 국무총리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을 대동하고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순간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짐작했어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국무총리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날 공교롭게도 경찰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교사를 불구속 입건했다.

목동의 해당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새 학기가 한 달 쯤 지난 4월, 당시 14살이던 여학생이 왕따를 당하자 부모가 교장실을 찾아와 자신의 딸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알렸다. 교장은 담임교사를 불러 생활지도를 지시했다. 담임교사는 해당 학생들을 불러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생활지도를 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어느 학교에나 늘 있는 일이다. 문제는 여기부터였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고자질쟁이’라고 놀리며 더욱 집단따돌림 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었다. 같은 해 11월, 피해 학생은 자신을 괴롭힌 학생들의 이름과 ‘나만 죽으면 끝이다.’라는 메모를 남겨놓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와 같은 선택을 했을까? 라고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아이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4개월이 지나고 하필 국무총리가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날 피해 학생의 담임교사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것이다. 지금 경찰도 막상 피해 학생의 담임교사를 입건하기는 했지만 난감한 입장일 것이다. 수사기관이 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교육기관에 수사개시통보서를 보내야 하며 관할교육청에서는 징계위원회를 꾸려 징계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일과 맞물려 공무원범죄처분결과통보서를 작성하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불구속입건한 교사에게 직무유기 협의를 적용하고 있다. 학생이 투신자살에 이르도록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건이 곧 처벌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당시의 상황과 관련하여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검찰의 수사단계에서부터 법원의 판결과정에 이르는 동안 많은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형법상 직무유기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상 행위를 하지 않은 점이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고 이것이 입증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한 정부의 처방은 정작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사회 논란과 계층간 갈등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생활지도에 적극성을 띄어야 한다. 하지만, 학교폭력의 문제를 학교와 교사의 탓으로만 돌리는 태도는 아주 잘못되었다. 그래서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너무 편협하고 자극적이라고 본다. 입시제도개선과 올바른 청소년문화정착과 같은 큰 틀의 처방이 필요하건만 교사를 입건하고 게임을 틀어막는 식의 조악한 처방에 국민들은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는 입시지옥의 답답한 교실에 빽빽하게 모여 있는 학생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감옥에 가는 선생님을 지켜보아야 할 교육공동체를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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