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술만 마시면 기억이 없어지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등 잦은 실수에 몇 번을 우회하고도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며 “술자리를 줄여 보려고 하지만 직업상 그러지도 못하고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고 털어났다.
일명 블랙아웃은 우리 뇌의 일시적 기억을 주관하는 뇌의 해마와 관련돼 있지만 술을 마시면 이 기억장치가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단 입력장치가 고장 나기 때문에 취중에 했던 행동과 이야기가 뇌의 기억장치에 남지 않게 된다.
전주 드림솔병원 신경과 임미혜 원장은 “보통의 사람들은 블랙아웃이 나이가 먹으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블랙아웃도 일종의 병이기 때문에 전문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알코올성 치매
알코올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라든가 혈관성치매와 달리 말 그대로 과도한 음주로 인하여 뇌의 해마, 전두엽 등이 손상을 입어 나타나는 치매다.
치매는 원인에 관계없이 만성적이면서 돌이킬 수 없는 뇌손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를 말하는데, 만성 음주자에게서 치매가 발생하는 한 가지 요인은 술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때(금단) 뇌세포의 과잉 활성이 일어나서 뇌손상이 오는 것이다 (Wernicke-Korsakoff 증후군). 만성적으로 심한 음주자는 알코올 금단을 반복해서 겪게 된다. 다른 요인은 만성적인 음주 결과 간 등 다른 장기가 손상되고, 이차적 현상으로 뇌에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영양부족, 흡연, 취중 사고에 의한 두부손상 등 만성 음주자에게 흔한 ‘위험한 생활 패턴’도 치매와 관계될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 증상
전반적인 증상은 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인지장애가 생기게 되며,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난폭한 성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알코올성 치매의 전조증상은 매우 뚜렷한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음주 후 필름 끊김 현상 흔히 블랙아웃이라고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필름 끊김의 정도가 넘어가면 베르니케증후군과 같은 영구적인 기억력장애도 겪게 된다.
알코올성 치매에 걸리면 뇌가 쪼그라들면서 가운데 텅 빈 공간인 뇌실이 넓어지게 되는데, 3번 이상의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우 53~58% 정도 유전적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블랙아웃이란
알코올에 의해 유발되는 일시적 기억장애를 일컫는데, ‘필름이 끊어졌다’고 하는 현상이다. 블랙아웃은 취해서 정신이 혼미한 것과는 다르다. 주위에서 보기에는 멀쩡하며, 옆 사람과의 대화도 정상적이고 돈 계산을 하거나 심지어 운전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날 일어나서 전날 일을 떠올려 보면, 어떤 시간 이후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거나 드문드문 조각난 기억만이 남아있다.
블랙아웃은 알코올의 급성 신경독성 때문에 생긴다. ‘작업기억(순간순간의 행동에 필요한 정보)’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만 이 내용이 장기적 기억으로 저장되는 과정에 장애가 생긴 것이다.
장기적 기억 형성을 위해서는 뇌 해마(hippocampus)의 글루탐산성 신경 세포 활성이 필수적인데, 알코올은 이를 억제한다.
위험 요인으로는 타고난 유전적 취약성, 고령, 여성 등이 지목되지만 신체적인 피로상태나 신경 안정제 복용 상태 등에서 블랙아웃을 겪을 가능성이 커진다.
▲블랙아웃이 생기는 이유
해마에 임시로 입력되어 있던 기억은 뇌세포들 사이의 전기신호를 타고 뇌 외피층인 신피질에 저장되는데, 이때 알코올과 알콜의 체내 흡수로 인한 발생한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독소가 뇌세포를 직접 파괴하지는 않고, 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교란시켜 기억의 저장을 방해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술을 먹으면 체내에서 발생하는 1급 발암 물질로 숙취의 원인이 되며, 블랙아웃 현상을 야기하는 원인이기도하다.
블랙아웃 현상이 장기간에 걸쳐 반복될 경우 뇌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지게 되는데 특히 뇌는 다른 장기들보다 산소와 피의 공급량이 많기 때문에 뇌세포가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알코올에 의해 손상을 입게 된다. 술 먹고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은 처음 몇 번은 괜찮지만 추후에는 영구적인 손상이 와서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알코올성 치매 막는 음주 5계명
1회 음주시 알코올섭취량 50그램 이하로 유지(소주 3잔, 맥주2캔, 와인2잔, 양주2잔)하고 주 2회 이상의 음주를 피한다. 폭음 뒤에는 3일 동안 쉬는 것이 좋다.
공복에 술 마시는 것을 피하고 구토가 있는 경우 참지말고 배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 마시기 전에 간단한 식사를 통해 알코올 흡수율을 낮춘다. 소주 한 병을 30분 안에 급히 마시는 것이 소주 두 병을 2시간 동안 마시는 것보다 훨씬 해롭기 때문에 천천히 마시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물은 몸속의 알코올을 희석시킨다.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을 주면서 술을 적게 마시는 효과도 있다. 일반적으로 체격이 작은 사람은 혈액의 양도 적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빨리 높아지므로, 술 마시기 전에 물을 마셔 체액을 증가시키면 도움이 된다. 또한 흔히 ‘원샷’과 ‘폭탄주’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전날 수면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경우 간의 해독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조금만 마셔도 쉽게 취하고 실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음주와 함께 담배를 피우는 경우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이 역시 삼간다.
알코올치매의 증상은 기본적으로는 다른 유형의 치매와 비슷하다. 흔히 알려진 알츠하이머치매와 구분이 어려울 수가 있으나, 알코올 치매인 경우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과음한 기왕력이 있고, 난폭한 성향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경고 신호로는 기억력 감퇴, 평소 잘했던 숙련된 동작을 잘 못하며, 판단력이나 문제해결능력에 장애를 들 수 있다. 흔히 경험하는 필름 끊김 현상은 알코올성 치매로 발전하는 전조 단계로 주의가 필요하다.
2002년 미국 듀크 대학의 White 교수가 블랙아웃 상태 행동을 조사한 결과(중복체크 가능), 타인을 공격하는 경우가 33%, 돈을 함부로 쓰는 경우 27.3%, 성적인 활동 24.8% , 다투거나 싸움 16.3% , 기물 파손 16.1% 등의 성향을 보였다. 이런 성향들에 대한 위험성에 대해 정작 자신이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구성원이나 친구들이 근처에서 환자를 자주 접하면서 환자의 성격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세부사항을 훌륭하게 기억하지만 며칠 전, 몇 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도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반복해 질문을 계속 할 수 있다. 인지능력의 감소와 함께 눈에 띄는 성격변화를 동반할 수 있는데 과민성, 분노 등 충동조절장애, 좌절감, 불안정한 기분, 망상, 의심, 자제력의 상실, 감정의 둔화 등이 올 수 있다.
직접적인 알코올에 의한 뇌세포 손상 이외에도 오랜 기간 알코올남용은 영양문제를 유발하는데 이는 뇌에 필요한 영양소인 비타민B1(티아민) 결핍을 일으켜 뇌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티아민은 신경기능의 정상화, 정상적인 뇌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로 결핍시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
일시적 기억장애인 블랙아웃이 자주 일어난다고 해서 알코올 치매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주의할 점은 우리가 자꾸 습관이 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모든 일이 강화되듯이 폭주가 반복되면 더욱더 쉽게 글루탐산의 고갈이 오게 돼 결국 과음을 하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오게 된다.
자주 폭음을 하고 필름 끊김 현상이 반복된다면 전문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고 이를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진원기자 savit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