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와 교장공모제
나가수와 교장공모제
  • 문창룡
  • 승인 2012.02.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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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라는 명료한 제목의 방송 프로그램이 전국을 달구고 있다. ‘나름 가수다’나 ‘나는 꼼수다’와 같은 유사 프로그램이 생겨날 정도다. ‘나는 가수다’가 인기를 끄는 이유가 있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들이 기존의 히트곡을 재해석해서 경연을 벌이고 이것을 청중평가단이 잘 부른 가수를 선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고 청중평가단은 소신껏 심사한다. 방송에서는 그 숨 막히는 과정을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준다. 노래를 부른 가수도 청중평가단도 시청자도 순위를 예측하긴 하지만 누구도 순위를 장담하거나 예측이 들어맞질 않는다. 그래서 방송이 진행되는 순간 긴장감과 함께 높은 수준의 공연을 감상하는 매력이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청중평가단의 평가방식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방식인데 매우 공정하고 설득력 있는 룰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노래를 부른 가수나 시청자들이 심사 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법이 없다. 그 방법이 무엇인가? 평가단은 노래를 부른 각 가수들의 점수를 매기지는 않는다.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심사를 위한 요원이 아니라 공연에 몰입하는 관중이 된다.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기도 하고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몰입하는 장면을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보여준다. 이처럼 심사보다는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에 몰두하고 있는데도 그들의 심사는 비교적 정확하다. 공연이 끝나고 그들의 손에 쥐어진 가수들의 평가지에서 자기가 생각할 때 노래를 잘 부른 세 명의 가수를 선택해 동그라미를 칠뿐이다.

이 심사방법을 말썽 많고 탈도 많으며 인기도 명분도 잃어버린 교장공모제에 도입했으면 좋겠다. 위기의 공교육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도입한 교장공모제는 지금 위기의 공교육에 힘을 실어주기는커녕 교장공모제 자신이 존폐의 위기에 몰려 있다. 선후배끼리 규합하거나 운영위원회가 미리서 선거판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바람에 아예 지원자가 없거나 단수로 교장공모에 지원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단수지원에서는 공모과정에서 들러리 서기를 꺼려하는 교장 지원자들의 심리가 그대로 나타난다. 설사 복수 이상의 교장공모에 지원자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운영위원회가 편이 갈라진다. 이때 자신이 지지하지 않은 지원자가 교장이 되었을 때 많은 문제점을 야기한다. 학교운영의 중요 사안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경영에 어려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교장공모제 운영방안을 제안한다. 먼저 학교운영위원을 제외한 20명 이상의 심사위원단을 선정한다. 가능하면 심사위원의 수가 많아야 공정한 심사가 되기 때문이다. 심사위원 운영방법은 학교운영위원회가 결정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심사위원을 선착순으로 모집하면 된다. 다음은 운영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지원자의 프로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심사 당일에 지원자로 하여금 학교경영방침을 듣도록 하며 후보상호토론과 심사위원 질의응답을 한다. 이렇게 학교경영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심사위원 각자가 적격하다고 생각되는 세 명에게 동그라미를 치게 한다. 이때 점수는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최고 많은 동그라미를 받은 사람을 교장으로 선출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혈연과 학연, 지역주의가 먹히지 않고 남자와 여자, 젊고 늙음의 구별이 없는 진정으로 학교를 잘 경영할 수 있는 교장을 초빙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나는 교장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실력 있는 지원자들이 경쟁하는 교장공모의 취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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