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근원적인 학생폭력의 대책을 기대하며
보다 근원적인 학생폭력의 대책을 기대하며
  • 박세훈
  • 승인 2012.01.31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표면화된 학생 폭력 문제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인 만큼, 차제에 범정부적 근절 대책이 마련되어 다시는 이 땅의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으로 삶을 포기하는 일이 없어지길 기대한다.

청소년 문제는 어느 시대에나 늘 있어왔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 그 종류나 정도가 심각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특히 학생폭력은 그 영향력이 지속적이며, 자칫 피해 학생의 입장에서 막다른 선택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청소년 문제보다 심각하다고 볼 있다. 학생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대책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대책들이 과연 잠재해 있는 많은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해결해 줄지는 의문이다. 학생폭력은 많은 개인적 특성과 환경적 특성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폭력에 대한 올바른 대책은 학생의 특성이나 환경적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가해학생 몇 명만 잘 조치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학생폭력에 연루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에 비하여 자아존중감, 자기통제능력, 문제해결능력, 관계형성능력 등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능력들은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을 통하여 길러주어야 할 필수적인 능력들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간과해온 능력들이다.

주변으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자기존재의 가치를 인정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청소년의 특성상 충동적이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기 쉬운데, 가정에서나 학교교육을 통해서 이를 조절하고 유예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에도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많은 청소년들이 문제해결에 소극적이고 회피하려는 경향이 많다. 다른 사람과 적절한 관계를 형성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억압과 권위적인 훈육 등으로 인해서 부모나 교사들을 불신하고 반항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개인적 특성들은 환경적인 영향으로 생기기도 하거니와 촉진되기도 하기 때문에 환경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환경은 크게 가정, 학교, 또래, 및 사회환경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가정환경이 중요하다. 가정은 변화가능성이 가장 높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책임지는 일차적인 기관이다, 최근 이혼가정이 늘면서 가정해체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것은 학생폭력을 예고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환경 또한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학생의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 수준은 세계 최고이다. 전인교육을 담당해야할 학교가 오히려 학교 부적응,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그리고 다양한 교육 병리현상을 야기하여 오히려 학생범죄와 폭력의 온상으로 변질하여 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학생 폭력 양상은 여러 명의 가해자가 소수의 피해자를 괴롭힌다는 점에서 친구나 또래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잘 알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나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 그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어른이 주로 만들고 있는 사회환경 또한 학생들에게 건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해 주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오히려 장애가 되는 물질 만능주의나 향략적 소비문화의 만연은 청소년의 비행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학생폭력의 원인이 학생에게 보다는 부모나 기성세대와 같은 어른에게 오히려 더 많다는 생각을 하니 학생들에게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

박세훈<전북대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