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양문화의 교훈
미국 입양문화의 교훈
  • 김선남
  • 승인 2012.01.31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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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해외로 입양되는 우리 아이들을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다. 한번은 옆자리의 젖먹이가 비행 내내 칭얼대서 승무원에게 까닭을 알아 본적이 있다. 승무원은 우는 아이가 입양아라면서, “해외로 입양되는 아이들이 유난히 많이 운다”고 덧붙였다. 승무원의 말은 나를 위한 변명이었을 것이다. 젖먹이가 칭얼댄 것은 무언인가 불편한 것 때문이었지 해외로 입양되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이의 울음은 그날따라 더 안타깝게 들렸다. 마치 입양에 대한 우리사회의 편견이 그 아이를 나라 밖으로 밀어내는 것 같아 죄스러움도 느꼈다.

최근 들어 입양에 대한 우리사회의 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변화의 물코를 트는데 유명 인사들의 입양사례와 방송프로그램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하였다. 유명인사, 특히 연예인들의 입양사례를 통해 사람들은 입양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스스로 입양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또한 해외입양아를 다룬 TV프로가 안방에 파고들면서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또 시청자들은 입양아도 친자와 다름없는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다.

하지만 입양은 여전히 듣기 좋은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이 당사자가 되면 남의 자식을 입양하는 것을 기피한다. 요즈음 대리모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이유도 입양을 기피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 결과 국내 입양률은 절대적으로 낮고 해외 입양률은 높아서 우리는 여전히 국제 사회에서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사회는 OECD국가 가운데 세계 최고의 해외 입양률을 수년째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2008년 1,250명의 입양아 중 1,114명이, 2009년에는 1,125명 중 1,005명이 해외로 입양되었다.

입양을 꺼리는 편견은 대부분 주변의 부정적인 이야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사실 남의 자식을 키워 놓았더니 배신을 했다는 것이 내 자식을 키워놓았더니 배신을 했다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이야기이다. 또한 사람들은 내 자식이 배신한 것은 숨기고 남의 자식이 배신한 것만 부각시켰을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야기의 숫자가 많을 수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보면, “머리 검은 짐승은 키우면 안 된다”는 편견은 왜곡된 것일 수 있다. 교육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그렇다.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어떻게 키웠는가에 따라 그 아이가 가족구성원에 대해서 갖는 애정이 달라질 수 있다.

서구국가가 보여주는 입양사례들은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개선하는데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특히 미국의 성공적인 입양사례들이 그렇다. 첫 번째 교훈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아이들을 키울 때 친자녀와 입양자녀를 전혀 차별하지 않는다. 자기 배 아파서 낳은 아이도 아닌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라고 의심할 정도다. 의식주는 물론이고 애정표현이나 방과 후 활동까지도 차이를 두지 않는다. 생활이 넉넉지 않은데도 입양자녀의 재능발굴을 위해 친자녀 이상으로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두 번째 교훈은 아이들을 정직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입양자녀에게 어디서 태어났고 생모가 누구인지 등을 정직하게 알려준다. 가능한 경우 입양자녀들이 사진 등을 통해 친부모와의 인간적 접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인종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배려도 잊지 않는다. 한 예로, 한국에서 아들과 딸을 입양한 미국인 부부들은 필자를 만나면 아이들에게 한국문화를 알려줄 방법을 항상 의논하곤 한다. 이 처럼 출생에 대한 정직한 노출은 아이들이 나중에 받게 될지 모르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배려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의 교훈이 전하는 분명한 메시지는 건실한 입양문화가 확산되려면 무엇보다도 가족에 대한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가족을 오직 혈연과 연결시켜서만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친자녀와 입양자녀를 늘상 차별했었고 입양자녀의 출생비밀을 묻어두려고 하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성장한 입양자녀는 애정의 강도차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고, 출생비밀로 인한 심리적 충격을 받기도 하였다. 그 결과 수년에 걸쳐 어렵게 만들어진 가족관계가 하루아침에 깨지기도 하였다.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는 다시 입양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서구국가의 성공적인 입양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모두가 입양의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남(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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