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뛰어놀게 하기
마음껏 뛰어놀게 하기
  • 문창룡
  • 승인 2012.01.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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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었다. 한 지역의 농구협회 G회장으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다. 전국 규모의 학생 농구대회를 개최하기 위해서 해당 지자체를 찾아갔는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대회 유치의 당위성과 지역 경제의 활성화 등을 설명했지만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내는 것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전국 규모의 학생 농구대회는 다른 지자체로 넘어갈 처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만연해있는 학생들의 체육활동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전적인 장면이다. 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를 무색케 하는 이들의 처사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우리나라 체육의 길은 멀고 험난할 것이다.

마침 필자는 같은 기간에 중국의 체육교육현장을 돌아보고 온 터라 농구협회 G회장의 하소연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중국이 스포츠가 강한 나라임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십억 인구 중에서 뽑아낸 선수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하는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인구도 많지 않은데 그 정도로 잘하는 것은 대단한 것 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는 맞지도 틀리지도 않은 말이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스포츠는 인구가 많아서 강하기도 하겠지만 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대회뿐만 아니라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선수에게는 획기적인 보상을 해준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선수를 지도한 감독에게도 선수와 동일한 보상을 할뿐만 아니라 메달을 딴 선수를 처음 발굴해낸 사람에게도 같은 대접을 해 준다. 생활체육의 붐을 일으키면서도 엘리트체육으로의 기술적 발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체육이 활성화될 수 있는 모티브가 된다고 그 나라의 체육과 교수는 귀띔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필자가 가는 곳마다 학생들의 체육활동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사실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무상급식에는 열광하나 무상체육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다보니 운동도 있는 집 아이들의 전유물이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맘대로 뛰어놀지 못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제는 공짜로 주는 밥보다는 공짜로 놀아주는 정부에게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체육관련 시설은 몇몇 비인기종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훌륭하다고 본다. 이 시설들을 학생들의 체육활동을 위해 과감하게 개방해야 한다. 동아리 중심의 학생 운동클럽들을 활성화시키고 해당분야의 전문지도자들을 정부가 파견해 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원하면 뛰어놀 수 있는 공짜 쿠폰을 우선 발행해 주고 곳곳에 산재한 체육시설들을 학생들이 찾아가기만 하면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몇몇 우쭐대는 체육인들이 체육권력을 휘두르고 있고 관련기관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뛰어놀지 못하는 학생들의 분출구는 뻔하다. 학교폭력과 게임중독 같은 문제들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천문학적인 경비를 들여 전문상담사를 학교에 배치하고 심지어는 학생생활기록부에 가해학생을 기록하여 대학진학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정부는 학생들이 맘껏 뛰어놀게 하는 것이 학교폭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학생들이 밝게 뛰어 놀면서 자신의 꿈을 키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나라의 미래는 밝다. 새해에는 운동으로 흠뻑 땀에 젖은 학생들의 당당한 미소가 온 땅에 가득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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