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안정환, 눈물의 은퇴식
반지의 제왕 안정환, 눈물의 은퇴식
  • /노컷뉴스
  • 승인 2012.01.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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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축구 선수 안정환이라고 불러보는 안정환입니다."

한국 축구의 유일무이한 '판타지스타'는 하염 없이 눈물을 흘렸다. 14년의 프로생활을 마무리하는 은퇴 기자회견. 축구화를 신고 누렸던 환호와 기쁨, 좌절 등이 머리 속을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준비한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할 정도로 안정환(36)의 눈에는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안정환은 31일 리츠칼튼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안정환은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등 다양한 축구를 경험하면서 성공이라면 성공이고, 실패라면 실패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인생에 있어서 행운의 시간이었다. 축구 선수로서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3번이나 밟을 수 있었던 것도 선수로서 모든 것을 누린 것 같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1998년 K리그 부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안정환은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등을 거쳤다. 다롄 스더와 계약이 끝난 올해 귀국해 새 소속팀을 물색했다. 미국 진출을 물론 K리그 복귀도 염두에 두고 현역 생활을 이어가려했지만 장고 끝에 은퇴를 결정했다.

안정환은 "다시 K리그로 오고 싶었고, 뛰고 싶었다. 생각처럼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들었던 한 달이었다. 사실 더 하고 싶다. 하지만 아쉬울 때 떠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결정했다. 너무 힘들었던 14년이었기에 이제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들도 너무 힘들어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 팀에 쉽게 정착하지 못한 '축구 방랑자'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는 연장 골든골을,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에서는 한국 축구의 원정 첫 승을 일궈낸 결승골을 터뜨리는 등 대표팀에서는 언제나 승승장구했지만 소속팀에서는 이상하리 만큼 운이 없었다.

"돈의 유혹이 가장 힘들었다. 팀을 옮길 때마다 금전적인 유혹이 많았다. 다른 리그나 더 좋은 리그에 가서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기에 너무 힘들었다"는 안정환은 "또 팀을 옮길 때마다 '왜 자꾸 옮기느냐'는 따가운 시선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뒤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과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입단이 무산됐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안정환이 '방랑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계약서를 아직까지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안정환의 인생을 바꾼 사건이다.

안정환은 "사인까지 다 하고, 비행기 티켓까지 끊고, 집도 구했는데 입단을 못해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다. 만약 갔다면 인생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면서 "지금도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데 가끔 정리하다가 보면서 인생을 바꿀 수 있엇던 종이 한 장이 아닌가 생각하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일단 안정환은 아내 이혜원씨의 화장품 사업을 도울 예정이다. 안정환은 "처음 사업을 도울 때는 정말 죽겠더라. 앞으로 사업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고, 그 쪽 방면에서도 성공하고 싶다"면서 "사랑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이젠 더 이상 축구선수가 아닌 평범한 가장으로, 한 축구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한국축구를 위해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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