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심층면접 "정당보다 정책 보겠다"
대학생 심층면접 "정당보다 정책 보겠다"
  • 최고은기자
  • 승인 2012.01.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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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젊음은 평소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다. 취업난 돌파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고 스펙을 쌓기 위해 학원을 전전한다. 친구들과의 대화엔 정치의 ‘정(政)’자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 말이 정치에 아예 무관심하단 뜻은 아니다. 어떤 계기만 마련된다면 대거 투표장에 나갈 수 있는 열정과 관심이 있다. 화산으로 치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인 셈이다.

전북대와 전주대 재학생 등 도내 11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에서도 이런 잠재력을 표출했다. “신문과 TV를 보면 정치인이 좋지 않게 평가된다. 청년들이 다 나와서 바꿔야 한다”(전북대 Y씨·화학공학부)는 말부터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무관심이 관심으로 변했다.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는 사람을 뽑겠다“(전북대 K씨·간호학과)는 당찬 의지까지 서슴지 않는다.

19대 총선 후보가 난립한 상황에서, 후보 개개인에 대해선 잘 모른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부터 인물도 보고 특히 정책을 잘 살펴봐서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20대의 결기가 새롭다. ‘후보 선택 기준으로 무엇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8명(72.7%)이 ‘후보의 정책적 견해’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다른 것 다 필요없다. 정치인이 어떤 공약을 이끌고 나가고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올바른 정신, 정책적 견해가 중요하다”(전주대 이진영씨), “이명박 정부에서 기대하던 일이 미치지 못해 지역발전에 큰 성과가 없었다. 총선에선 후보의 정책을 보고 투표하고 싶다”(전주대 최은지씨), “젊은이들은 정당이나 인물을 심도 있게 보기 힘들다. 그러나 굵직한 정책은 판단할 수 있다”(전북대 최영훈씨·심리대학원) 등등.

인물을 보고 표를 찍겠다는 응답도 3명(27.3%)이 나왔다. 전북대 전자공학부의 L씨는 “예전인 정책을 봤다. 그런데 사실상 하나도 이뤄진 게 없더라”며 인물론을 펼쳤다. 현실성 없는 정책을 신봉하기보다 사람을 잘 뽑아서 좋은 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전주대 김건우씨도 “한 인물이 가지는 정치적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한다. 최근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면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정당이나 출신학교, 혹은 주변의 권유에 따라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정책과 인물을 평가하되, 청렴성과 정직성이 그 잣대를 이뤘다. 야권의 대선 주자 중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적합하다고 보느냐는 대통령 적합도를 질문한 결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각각 5명씩 나왔고, 유시민 통합진보당 대표가 1명이었다. 문 이사장과 안 교수에 대한 지지 이유를 물었더니 청렴, 정직, 소신이란 단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전주대 김혜나씨는 “최근 TV를 보니 문 이사장이 소신 발언을 하더라”며 “문 이사장이 국민이 원하는 것을 잘 해결할 것 같다”고 말했고, 같은 대학의 김건우씨는 “안철수 교수는 젊은이들의 희망이다”고, 이진영씨는 “안 교수가 왠지 기성 정치인에게 없는 청렴성과 올곧은 정신을 갖고 있을 것 같다”고 각각 말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나 손학규 민주통합당 의원, 정동영 의원, 정세균 의원 등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도내 20대들은 올 4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에 대해 세대교체 바람(4명), 후보의 인물과 정책(3명), 야권 대통합(1명), 잘 모르겠다(2명) 등으로 응답했다. 솔직히 인물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청년층을 염두에 둔 정책을 주로 보겠다는 20대가 많았고, 전공 친구들과 함께 취직 걱정하느라 잘 모르겠다는 젊은이들도 없지 않았다.

최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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