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문학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서야
전북도립문학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서야
  • 송민애기자
  • 승인 2012.01.2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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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립문학관이 개관 전부터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이제는 개관을 앞두고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운영방안을 기획·준비해나가야 하련만, 아직도 엉뚱한 논란 속에 휩싸여 있으니 하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에는 이동희 전북도립문학관장(전 전북문인협회장)이 경솔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더니, 이번에는 이 관장의 사의표명 이후 새로운 관장 선출방식을 놓고 전북도와 전북문인협회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문학관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역할을 두고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행정기관과 수탁단체가 관장직을 두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으니,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논란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 19일, 이동희 전북문인협회장은 전북문인협회 내 문학관사업위원회를 열고 도립문학관 관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진동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새로운 관장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전북도 측은 전북문인협회의 신임 관장 선출방식에 절차상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다시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쳐 관장을 선출할 것을 주문했다.

전북도 측은 “전북문인협회의 선거를 기점으로 이동희 문인협회장의 임기는 끝났다. 그런데 임기가 끝난 회장이 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를 주관해 새로운 관장을 내정했다”며 “그것도 새로운 회장이 참석하지도 않은 자리에서 새로운 관장을 추대했기 때문에, 분명한 절차상의 문제다”고 밝혔다. 또한 “문학관의 초대관장 선임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임에도 상의조차 없었다”며 “관장 선임 시 도와 협의하도록 관련 조례에도 규정돼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북도의 이 같은 태도는 자칫 민간위탁에 대한 지나친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위탁기관의 수장은 수탁을 맡은 민간단체가 선출하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는 “관장 선임 시 도와 협의하도록 조례에도 규정돼 있다”며 문인협회의 문학관 관장 선출방식에 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전북도는 “선거가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임기가 끝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북문인협회의 경우 “통상적으로 인수인계하면서 직인을 건네 준 시점을 두고 임기가 끝났다”고 간주하고 있는 만큼, 절차상의 오류라고 지적하기에도 상당히 애매모호한 상황이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전북도는 문학관 수탁단체인 전북문인협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전북문인협회는 도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운영방안을 마련해 전북문학관이 제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방향을 이끄는 데 힘을 쏟아야 할 터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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