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지 않다, 고로 투표 참여한다
행복하지 않다, 고로 투표 참여한다
  • 최고은기자
  • 승인 2012.01.29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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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심층면접 기획<상>

▲ 대학생 심층면접 장면. 장태엽기자
전북의 20대는 정확히 22만7천 명이다. 올 4월 총선의 유권자를 대략 144만6천 명으로 계산할 경우 이의 15.7%를 차지한다. 전주 등 도시지역 일부 지역구는 20대의 비율이 20%까지 근접한다. 선거의 큰 손이라 할 수 없지만 ‘중간 손’은 되는 셈이다. 이들의 정치 관심과 참여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투표율이 30%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총선이 임박하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전북도민일보 정치부가 전북대와 전주대 재학생 등 11명의 20대 청년들을 심층면접한 결과 절대다수가 투표를 하겠다고 밝혔고, 자신의 친구들도 그렇게 마음먹고 있다고 전했다. 연일 정치권에 격랑이 일면서 정치에 관심을 갖고 투표에도 참여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 자신의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어깨를 짓누르며 번민으로 날을 새고 있는 젊은이들이 변화를 위해 정치적 선택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일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니 즐겁게 보내는 날이 없다. 이력서를 내도 오라는 곳은 없다. 계속 물을 먹고나니 별별 생각이 다 들곤 한다. 특히 지방대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제일 불만이다.”(전주대 K씨).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다. 기성 정치권에 경각심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반드시 투표를 하겠다”(전주 출신 L씨·23).

사실 광역단체별·연령별 투표율은 정부가 추출하지 않는다. 다만 선거인수의 일정 샘플을 기준으로 해 중앙선관위가 투표율을 발표하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4월 9일에 치러진 18대 총선의 전북지역 20대 투표율은 30%에도 못 미친다. 20~24세의 투표율은 29.3%였고, 25~29세는 22.8%에 만족했다. 평균 투표율을 25%로 가정한다면 22만7천 명 중에서 5만7천여 명만 투표장에 간 것이다.

헌법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도서관에서 취직 공부에 땀을 흘리는 질풍노도의 세대, 이들이 권력을 활용해 정치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방의 20대 젊은이들은 불신과 불만, 불안의 ‘3불(不) 현상’을 보인다. “매번 선거 때만 되면 잘하겠다고 하더니 끝나면 도루묵이다. 선거가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니 못하더라”(L씨·323)는 불신부터, 지방대 홀대 불만, 취업 걱정에 앞날의 불투명성이 겹쳐 자신은 불행한 세대라고 자학한다. 11명의 행복점수를 조사한 결과 10점 만점에 평균 6.1점이 나왔다. 가장 행복한 상태를 10점으로, 가장 불행한 상태를 0점으로 해서 자신의 행복 점수를 매긴 결과 3점과 4점에 체크한 젊은이도 나왔고, 5점 이하가 5명이나 됐다.

전주대 출신의 김건우씨(29)는 “내년이면 벌써 나이가 30이다. 졸업을 했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으니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며 “공부하는 후배들이나 동생들도 요즘 취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만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복 점수를 7점이라고 말한 최은지씨(23)는 “총선 후보들의 공약에 거론되던 청년 취업을 좀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취업 대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나는 행복하지 않다, 고로 투표에 참여할 것이다, 이런 등식이 성립하는 셈이다. 전북대 화학공학과의 Y씨(21)는 “뉴스를 볼 때마다 정치인이 좋지 않게 나온다”며 “청년들이 다 나와서 참여해야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젊은이들에게 세대교체나 물갈이는 솔직히 공감하기 힘든 대목이 많다.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지만 도내 지역구별 총선 후보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상태이고, 취직난에 쫓겨 정치의 깊숙한 내면까지 들여다볼 겨를도 없다. 그래서 한 20대는 “세대교체론에 공감하지 않는다”며 “총선 때마다 쇄신이다, 물갈이다 난리를 쳤지만 총선 이후엔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치 쇄신에 대해서도 불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고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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