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의 시대를 넘어서는 교육혁명을 위하여
폭력의 시대를 넘어서는 교육혁명을 위하여
  • 김정훈
  • 승인 2012.01.26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 근 한 달이 되어가니 그 뜨겁던 이슈도 잠잠해지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 수많은 진단과 대책이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뺀 ‘폭력의 시대’에 대한 성찰은 좀처럼 찾기가 어렵다. 폭력은 이미 학교 담장의 안과 밖을 가리지 않는데 말이다.

우리는 먼저 폭력의 시대에 대해 말해야 한다. 20세기의 흉측한 유산인 폭력을 21세기에 그대로 이어받아 내면화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직시해야 한다. 전쟁과 군부독재를 거친 공권력 과잉과 자본의 광기가 조폭문화와 함께 놀랍도록 공생 발전해온 사실을 은폐해선 안 된다. 나는 기억한다.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 거리 곳곳을 어슬렁거리던 청소년 건달에게서부터 21세기 빛나는 서울 한복판의 철거용역 깡패까지를. 사실 30년 전의 학교‘폭력’은 공개 장소에서 집단 전투까지 공공연히 벌어지는 형국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속으로는 다 알듯이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새삼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학교폭력’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다. 적어도 지난 세기에는 같은 반, 같은 학교 친구는 건들지 않는 것이 금도요 묵계였다. 같은 반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들은 ‘찌질이’나 ‘비겁한 놈’ 취급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은 바로 옆 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것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천연덕스러움까지 보이고 있으니 사회 곳곳에서 호들갑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세밑의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그 자체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분노에서 망연자실까지.

그렇다. 이것은 폭력의 시대를 달려온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결코, 비약이 아니다. 하루가 멀게 청소년이 제 목숨을 끊는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되묻지 않으면 그 어떤 대책도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될 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양산되고 일터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울부짖고 목숨을 버려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사회. 배부른 자들만을 위해 봉사하는 공권력. 부정비리가 크면 클수록 죄가 가벼워지는 경제정의. 온 사회가 경쟁과 효율성만 내세운 체 각개약진하며 총구와도 같은 눈빛을 겨누는 것을 당연시하는 나라. 힘 앞에 복종하는 것이 미덕이 된 광기를 권력 정치인, 재벌자본, 사법당국이 앞장서서 시위하고 언론이 치장해주는 21세기 대한민국. 이곳에서 어찌 학교만 살아있기를 바라는가! 그러니 모두가 피해자고 가해자이다. 교육을 ‘인적자원’으로 분류하며 자본의 폭력성을 그대로 이식해온 대가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갖은 폭력 장치를 하나하나 떼어내면서 ‘폭력으로부터 멀어지기’라는 성찰 없이는 우리의 ‘학교+폭력=불행한 자화상’은 지속할 수밖에 없다.

손가락질, 그거 쉽다. 그러나 학교사회에 대해 함부로 해댈 일은 아니다. 개개 학교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피해자 인권을 위해서, 아니 가해자를 위해서라도 엄정한 조치와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시급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학교 안에 ‘감시와 처벌’이라는 폭압적이고 반인권적인 장치의 도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시와 처벌’로 학교를 회귀시키는 것은 불온한 음모이자 폭력의 시대에 대한 성찰이 없는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일 뿐이다. 학교와 교육은 사람의 일이다. 그래서 조급증에 쌓인 학교사회에 대한 손가락질은 위험하다.

우리의 대안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을 받는 지극히 상식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그 첫걸음이 학교사회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실천 과정으로 반 폭력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민주사회공동체를 지향하는 학교자치조례의 제정이 시급한 이유는 협력과 나눔과 배려의 학교공동체의 장을 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전체의 변화가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상의무교육이 상상에서 뛰쳐나와 현실이 되고 있듯이 이제 시장자본의 축소판이 된 공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우리도 정글 경쟁교육의 비린내를 멀리하고 유럽과 같은 ‘입시에서 자유로운 교육체제’를 가질 수 있다. 그것이 교육혁명이다. 총선과 대선에 나설 후보들에게 요구한다. 그들부터 ‘폭력적인 경쟁’과 ‘경쟁적인 폭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교육혁명 공동행동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 아이들을 죽이지 마라. 폭력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자. 교육혁명으로!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