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대와 편견이 재범 악순환 초래
냉대와 편견이 재범 악순환 초래
  • 박진원기자
  • 승인 2012.01.25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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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에서 수형 생활을 마치고 사회 복귀를 위해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한 출소자가 현실을 토로하고 있는 모습

“화를 참지 못한 그 때 일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 뼈저리게 참회도 했습니다. 정말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려고 발버둥도 쳐봤습니다. 하지만 한통의 전화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에 울어야 했습니다.”

14년 전 동거녀의 계속되는 외도를 참지 못하고 격분해 흉기를 휘둘렀다. 그리고 사람이 죽었다. 이어진 10여년의 교도소 수감생활. 2010년 2월 출소한 이상철(가명·45)씨.지난날의 과오를 발등을 찍는 심정으로 반성하며 뉘우쳤다. 새출발하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뭔가 먹고살 생계 수단이 필요했다.창업준비에 나섰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에 창업자금 5천만원 지원을 신청했다. 식당을 하기 위해 가게을 얻을 수 있는 전세자금이다. 가게도 물색했다. 건물주인과 전세계약만 체결하면 ‘나도 자립할 수 있겠구나’ 벅찬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씨의 부푼 꿈은 한순간에 산산조각났다. 계약을 목전에 두고 건물주에게서 “전세를 내줄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계약 을 파기하는 전화가 왔다. 이씨는 고개를 떨궈야 했다.

“왜그랬을까?”

이씨는 영문도 모른채 곰곰히 생각해 봤다.어렴풋이 짐작이 갔다. 이씨 명의로는 가게 계약을 할 수 없다. 공단 명의로 전세 계약이 필요했다. 건물주인이 눈치를 챈 것이다. 범법자라는 사실을.

그런것도 모르고 이씨는 집주인에게 수십차례 전화를 해 통사정을 했다.

바쁘다는 핑계와 갑자기 싸늘해진 주인의 목소리만 들어야 했다.

“한때의 잘못을 뉘우치고 새사람으로 태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을 확인하는 순간 또다시 밀려오는 절망감에 한동안 우울증까지 앓았습니다.”

이씨는 눈시울을 붉혔다.

한순간의 실수와 과오로 범법자가 된 사람들.

이들이 편견의 벽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다시 발을 붙이고 정상적으로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사회적 냉소와 편견으로 인해 갈 곳 없는 범법자들이 또다시 범죄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들을 범죄자로 만든 것은 어찌 보면 우리 모두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필요하지만 그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관용과 아량을 베풀어야 할 우리 사회는 차갑기만 하다.

지난해 대법원과 대검찰청의 2010년 범죄분석자료에 따르면 도내에서 형사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은 형사피고인은 1만313명. 이중 1천554명이 실형을, 2천651명은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이들 형사사건 범죄자 중 초범이 46.5%, 재범이 53.5%로 2명 중 1명 이상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우리 사회가 껴안고 갱생하도록 선도하지 못해 재범의 나락으로 떨어뜨려 부담해야 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은 막대하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이 지난 2009년 범죄의 사회적 비용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죄예방과 피해, 대응단계에서의 사회적 비용은 1인당 연간 4천524만원, 총 23조1천880억원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의 범법자에 대한 편견과 냉소가 부메랑이 돼 사회적 책임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북지부 관계자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범법자를 보듬는 것이 아니라 냉소와 편견으로 백안시하고 있다”며 “범법자 스스로 폐쇄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은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과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한때의 잘못으로 범죄에 빠졌지만 우리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만이 밝은 사회,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원기자 savit57@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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