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他山之石) 독일 이야기
타산지석(他山之石) 독일 이야기
  • 유춘택
  • 승인 2012.01.24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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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르친다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세계적인 교육자들의 교육이론이나 그 실천 방법은 동서고금을 통해서 숱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이어오건만, 아마도 실존철학자들의 실천가치 이론만큼이나 어려운 모양이다. “왜 살아야하는가?”라는 명제 앞에 이 순간에도 세상을 외면하는 청소년들의 현실 앞에 우리 사회는 무엇을 생각하게 하는 걸까! 암울한 현실 앞에서 선뜻 정답이 나오지 않는 난감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우리는 잠시 국가경쟁력 세계 5위이며 OECD주도국을 자부하는 독일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그 나라의 국제학업성취도(PISA) 순위는 중하위권에 맴돌고 있으면서도 청소년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교육부문은 상위권을 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알파벳을 배우고 몇 가지 단어를 익히는 데 1년이 걸린다. 1부터 20까지 덧셈, 뺄셈을 수없이 반복하는데 또 1년이 걸린다. 손가락을 사용하든, 발가락을 사용하든, 구구단 같은 계산법을 미리 가르쳐주지 않는 그 이유가 있다. 더디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은 선행학습이다.

선행학습, 교사의 수업권 침해

왜냐면 선행학습은 다른 학생들의 질문할 기회를 빼앗는 것이며,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엄청난 짓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교실의 아이들도 벗어날 수 없는, 인생에서 처음 맞는 꼭 넘어야하는 자격시험이 있는데 그것은 자전거 면허증과 수영 인명구조 자격증을 따는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자전거 타는 데도 면허증이 필요하다. 그냥 단순히 자전거타기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의 부위와 명칭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며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직접 자전거를 고친다고 한다. 교통 선진국은 도로사정이 좋다거나 성능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는 기술이 있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수영이다. 독일에서 영어는 선택과목이지만 체육은 필수과목이다. 특히 수영수업은 모든 아이들이 인명구조요원 수준으로 익힌다. 초등학교 2, 3학년부터 시작하는 수영수업은 8, 9학년까지 계속된다. 정확하게 시작하고 끝나는 학년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수영 수업의 마지막 단계인 인명구조를 배우고 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받으면 마치게 된다.

그냥 동네 수영장을 이용하고 거리에서 자전거 타기를 배운다. 아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시설이 없어도 얼마든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수영과 자전거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시간, 우리나라 수영장은 주부들로 가득하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수영을 배우지 못한 주부들이 뒤늦게 다이어트와 운동을 겸해서 수영을 배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은 여름방학에 피서 삼아 물놀이를 하러 수영장에 가는 것이 고작이다.

청소년에게 관심이야말로 최고의 스승

지식만큼 중요한 것은 안전과 여가다.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아닌가? 그 나라에서는 당연한 상식이다. 한때는 주입식 교육방식과 선행학습법이 수출국이었던 나라 독일, 그 교육이 키운 괴물은 전쟁과 우월주의였다. 역사의 반성에서 다시 출발한 교육, 그리고 얻은 해답은 일등다툼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청소년들의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일 매스컴을 온통 지배하면서 쑥대밭이 되어버린 교육현실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행차 떠난 뒷북치기로 긴 한숨소리까지 몰아쳐 온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내 가족이고 내 아이다. 누가 뭐라 하던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책임이다. 국가교육정책의 책임은 더 크다. 십 년 앞을 못 보는 일회성 정책의 미숙은 위정자의 책임론까지 대두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에는 왕도가 없다고 하지만 방관은 무책임을 낳고 무사안일 뒤의 다발성 청소년 범죄에 이르니 이제 온 국민은 굳이 위정자를 탓할 힘마저 소진한 탄성뿐이고 입법기관에서는 벌써 처형 법조문까지 입안단계라니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도 독일의 교육처럼 포용과 배려를 바탕으로 한 근본적이고 효용성 있는 사전예방교육의 처방은 없는 것일까?

더불어 가정과 학교, 사회와 국가의 공동체 정신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청소년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재산임을 알아야할 때가 온 것 같다. 관심만이 최고의 스승이다. 우리 모두 스승이 됩시다.

유춘택<전주시자원봉사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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