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총장 "사회현상 원인은 인구변화"
고건 총장 "사회현상 원인은 인구변화"
  • 한성천기자
  • 승인 2012.01.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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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건 총장
앞으로 직업을 갖거나 정책입안을 할 때 우리나라 인구에 대한 변화추이와 이에 따른 식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인구문제는 정치·사회·경제문제를 지배하는 가장 독자적이고 기본적인 힘이다. 또한, 일본·미국·영국 등 이미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에서는 인구문제로 비롯된 사회현상에 대비해왔다.

전주대 고건 총장이 17일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1,000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인구변화 관점에서 본 한국사회 이해’란 주제특강에서 밝힌 주요 내용이다. 이에 본보는 이날 고건 총장이 특강을 통해 밝힌 내용을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註>

# 인구변화 알아야 미래예측 가능하다

멜서스(T. R. Malthus, 1766-1834)는 일찍이 “인구문제는 정치·사회·경제문제를 지배하는 가장 독자적이고 기본적인 힘”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리나라의 인구를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달라 정치·사회·경제 모든 부문이 앞으로 이 인구구조에 매우 깊숙이, 그리고 철저히 의존할 것이다.

왜 인구가 갑자기 증가하는가? 어느 나라나 전쟁이 끝나면 인구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세대를 ‘베이비붐(babyboom) 세대’라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는 55세 인구가 ‘100’이라면 45세 인구는 ‘200’으로 뛰어 버린다. 이처럼 단시간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현상은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하다. 이는 6.25전쟁을 치르면서 압록강부터 낙동강까지 전 국민이 DDT와 페니실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고, 미군의 진주로 전 국민의 생활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과로 20년 만에 인구가 두 배가 된 것이다.

# 7세 베이비붐 세대의 취학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면 ‘콩나물 교실’이 시작된다.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증가하고 학생들에 대해 개인적인 인격적 지도가 불가능해진다. 자연히 교사 대 학생의 관계는 사무적인 관계로 변질된다. 콩나물 교실이란 좁은 시설에 부대끼며 학우들 간 비인간화, 내지는 ‘왕따 현상’도 이 시기에 만연됐다. 이러한 분위기에 실망한 학부형들은 콩나물 수준의 교육을 피해 자녀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는 이른바 ‘조기 유학 붐’이 일게 된다. 이것도 우리나라 인구구조, 그리고 미국의 인구구조가 절묘하게 들어맞으며 생겨난 사회 현상이다.

# 19세 베이비 붐 세대의 대입

베이비 붐 세대가 20세가 되기 시작하자 우리나라는 입시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학급에서 절반 이내에 못 들면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유명대학은커녕 대학자체를 못 들어가 재수 삼수를 하는 가정이 수두룩해졌다. 맨 처음에는 SKY에 못 들어가면 크게 실망하던 부모들도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 일류라고 봐야 한다”로 바뀐다. 대학입시 문제는 사회 위화감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의 하나로 부상한다. 좋은 학원이 밀집한 강남의 집값이 급등한 것도 이 시기다. 정부는 대학의 입시정책을 입시지옥 완화로 전환했다.

# 23세 베이비 붐 세대의 입대

베이비 붐 세대가 군대 갈 연령이 되면 군대 가는 비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군이 그들을 다 수용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경, 의경, 연구소 요원 등 군 의무를 대체 할 수 있는 방법과 제도가 생겨났다. 베이비 붐 세대가 청년기로 들어서면 대학만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유치장도 모자라게 된다. 범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인구당 범죄율이 같은 수준에 머무른다고 해도 총 범죄의 수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 30대 베이비 붐 세대와 취업

베이비 붐 세대의 나이가 30에 들어서면 집뿐이 아니라 직장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이들이 몰려오게 되면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진다. 취업문제도 누적 인구에 비례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것은 지난 10년간 우리 모든 국민이 목도한 문제이고 앞으로도 20년간 지속될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최근의 경험으로는 교사직 취직 문제가 있었다. 90년대에는 교사직 취업 경쟁이 극심해졌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는 60세 이상 교사를 조기 퇴직시키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새로운 교사 지망생들의 반발 때문에 전통적인 사범대, 교직의 체제가 붕괴된다. 비슷한 문제가 다른 많은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의사가 쏟아져 나온다. 변호사도 쏟아져 나온다. 박사가 쏟아져 나와도 직장이 없게 된다. 그러나 한 나라의 일자리 수는 그 나라 경제 성장에 비례한다고 한다. 나라경제가 매년 5%씩 성장한다고 할 때 과연 20년 동안 일자리 수가 200%, 400%, 600% 늘어날 수 있을까. 아니다.

# 베이붐 세대의 문화와 소비

베이붐 세대는 올라오면서 그 나라의 문화를 휩쓸게 된다. 베이붐 세대는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문화를 주도하는 것을 보게 된다. 또 우리나라는 인터넷 기술의 생산국도, 이동전화 기술의 선진국도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 10년 동안 최강국으로 급부상했다. ‘한류(韓流)’도 베이비 붐 세대의 산물이다. 이러한 활기는 우리나라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와 상승작용을 하여 아시아 각국에 수출되는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의 나이가 30에 들어서면 직장 문제가 생긴다. 취업은 해를 반복할수록 어려워졌다. 같은 이치로 모든 직장에서 45세 이상이 퇴출되고 있다. 이들은 경험은 많아도 봉급이 비싸기 때문이다. 또, 인구가 갑자기 해일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삼팔선-사오정-오륙도’(45세면 정년, 38세면 조기 명퇴를 선택, 56세에도 월급을 타가면 도둑이라는 뜻)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어쨌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20/30세대의 일자리를 넓혀 주는 노력을 거국적으로 기울여야 한다. 이들 세대의 미래 소망이 완전히 막혀버리게 되면 우리나라 사회는 오래 지탱할 수가 없게 된다.

# 베이비 붐 세대간 갈등

국내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는 이제 무시 못 할 크기가 되었다. 기득권을 부상하는 세대들과 지혜롭게 공유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세대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국가의 정치권력이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선거를 통해 1차로 베이비 붐 세대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이요, 첫 신호탄에 불과할 뿐이다. 이미 언론 분야에서 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기성세대가 키워온 조중동(朝中東) 언론은 베이비 붐 세대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고 있다.

2003년 선거에서는 ‘수도권 이전’이 쟁점화 됐다. 수도권 이전은 기성세대가 완전히 점유하고 있는 서울을 포기하고, 그 대신 새로운 땅에 정치·경제의 중심을 만들자는 뜻이어서 ‘지역’에 기반한 아이디어라고 볼 수도 있다. 즉 수도권 이전 문제는 ‘지역’간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 인구구조에 대한 결론

우리나라의 베이비 붐 문제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유례가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베이비 붐 문제는 과거 20년간 각종 문제를 우리사회에 안겨주었다. 앞으로도 문제를 안겨줄 것이다. 그중 20/30대의 취업문제는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이다. 주택문제 고령화 문제도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문제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행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와 관련해 앞으로 다가올 사태에 대해 사전 계획을 면밀히 준비하여야 한다. 주택문제, 연금문제, 취업문제 등과 관련된 계획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제시해야 하고 언론은 이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국민을 대신해서 다루어야 한다.

대학도 인구와 관련된 급변할 사회문제 경제문제를 학문적으로 깊이 다루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해결해야할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세계 역사 전무후무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성천기자 hsc924@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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