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폭력의 문제로 언론과 사회가 떠들썩하다.
최근 대구와 광주 등에서 왕따와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언론을 통해 접하였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자녀로 둔 부모로서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한편으로는 우리 아이가 같은 경우를 당하면 어떡할까하는 걱정스러운 생각과 두려움이 생겨나 나도 모르게 아이의 얼굴을 살피게 되기도 하였다.
사회전체 협조없이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집단 괴롭힘을 당하여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여 진료실을 찾는 아이들을 만나보면 트라우마로 인해 자살충동, 분노, 불안 등의 증상을 자주 보이는데 그 상처가 너무 깊어 치료가 매우 어렵거나 오래 걸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당장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을 병행하면서 치료가 이루어지면 계속되는 위협의 노출 때문에 증상이 악화되기 쉽고, 학교생활에서 격리된 상태에서 치료가 이루어지면 결국 학교와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어렵기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학교폭력의 피해는 학교, 가정, 사회 전체의 협조가 없이는 해결이 안 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지금 우리의 10대들이 아프고 상처받고 있다. 요즘 10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경쟁의 검투사가 되어 비교 당하고 순위가 정해지는데 익숙해진다. 한참 뛰어 놀고도 남아도는 에너지를 가진 아이들을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 가두어 두고 그나마 학교 체육시간도 ‘집중이수제’라는 이름으로 사라진지 오래라고 한다. 사춘기는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이 움직이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데 훨훨 날아갈 에너지를 가진 십대들을 새장 속에 가두어 두니 새장 안에서 다른 새들을 물고 뜯고 하는 것은 아닐까? 가정에는 정작 가족이 없다. 다들 그 아이의 그 학원비를 벌기 위해 바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친밀감을 나누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학교에도 교육은 없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위해 암기해야할 지식만이 있을 뿐이다.
학생·학부모 위한 교육과 대대적 캠페인 필요
어른들이 보여주고 가르치는 사회는 약자에 대한 배려도 없고 패자에게 아량도 없는 승자독식의 무한 경쟁사회이다. 그래서 어쩌면 학교폭력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치 앞서 말한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방어기제처럼 경쟁에서 밀려 약자가 되거나 패자가 되면 내가 피해자가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가해자처럼 행동하기 위해서 말이다.
항상 일이 터지면 언론과 교육당국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해서 온갖 분석과 대책을 이야기하지만 어느새 금방 잊혀지고 그 많던 대책은 사라져버리기 일수이다. 이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우리들의 아이들이 아프고 병들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와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일선 교사들과 교육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교육과 행동지침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지고 실시되어야 한다. 가해 및 피해 학생을 위한 체계적 훈육과 접근법도 만들어야 한다. 전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교육프로그램도 만들고 대대적인 캠페인도 필요하다. 학교폭력 상담전문가를 양성하고 교육시켜 집중적인 배치도 해야 한다. 필요한 법도 정비하고 공권력의 개입을 위한 절차와 지침을 만들어 필요하면 공권력의 중재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학교폭력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도 학교 내부의 문제도 아니다. 어서 서두르자. 청소년이 아프고 병들면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기 때문이다.
김형준<신세계병원 정신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