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 이상한 혈맥잇기사업
전주시의 이상한 혈맥잇기사업
  • 김진태
  • 승인 2012.01.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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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고도, 전통문화의 중심 그리고 자연생태가 어우러진 도시 전주를 언급하는 품격있고 멋들어진 홍보 문구들이다. 전주시민이건 아니건 전주를 생각하면서 나름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이의가 없을 것이다. 더불어 전주천과 삼천 그리고 주변의 완산 8경을 포함한 자연풍광에다가 맛있는 향토음식과 막걸리 문화 등이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비빔밥이 절로 연상된다. 그래서 외지인들의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주 한옥마을이 꼭 가봐야 할 한국인들의 여행지라는 점도 뿌듯하다. 해외여행이 활발한 요즘 세상에서도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문화의 원천을 알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바로 전주라는 세간의 평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런 전주가 의욕을 가지고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하나인 전주 천년혈맥잇기 사업이 있다.

전주 구도심지역을 둘러싸고 형성된 자연경관을 비롯한 문화의 뿌리와 역사현장을 되살리기 위한 사업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 이씨의 건립자인 이성계의 역사적 현장이라며 혈맥잇기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기된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시작된 혈맥 잇기 사업이 근본 취지를 상실한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복원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식 없이 진행되는 사업이라는 편견과 오해가 늘고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상영화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 과거의 흔적을 통해 이 시대의 올바른 삶의 의미를 반추시키는 현장을 조성해보겠다는 사업이라면 응당 해당 전문가의 의견과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여 그 의미를 극대화시키는 노력과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은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본계획이나 실시설계 과정에서 오히려 갈등과 반목만을 야기한다면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업의 추진과 명분이 일반적이어야 사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명분만을 위한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사업추진을 찬성할 시민 또한 없을 것이다. 발전지향적이며 공익적인 차원에서의 혈맥 잇기 사업이 되어야 하며 특정한 집단이나 무리를 위한 사업이 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공정하고 공개적인 진행과정과 협의과정이 요구되는 것이다.

사업의 근본적인 취지가 옳다고 해도 특정 부서의 판단과 소수의 의견만이 반영되는 것이라면 밀실행정이라는 지적을 벗어나기 힘들다. 과거 전주시에서 추진했던 사업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던 사업들은 행정과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많은 토론을 거치면서 얻어진 열린 행정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전주시의 혈맥잇기사업 역시 이와 다르게 진행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 사람의 똑똑함보다는 일반적인 상식들이 모일 때 더욱 현명한 결과를 얻을 것이고 갈등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이야말로 사업을 추진하는 목표이자 의미일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오목대-이목대지역의 혈맥 잇기 사업이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되고, 용머리 구간의 터널이 단순히 육교나 교량처럼 보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되는 예수병원구간의 육교설치 방식이 예수병원만을 위한 사업이라는 일부의 지적처럼 오해를 야기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런 오해가 쌓이면 이상한 혈맥 잇기 사업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주시 혈맥잇기사업은 특정지역을 위한 사업이 아닌 일반적인 전주시민들을 위한 사업이라는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한정된 예산으로 흉내 내기보다는 한 곳이라도 제대로 된 사업추진이 바람직하다. 그런 공감대 형성을 위한 행정의 노력이 부족하다면 원래의 사업추진은커녕, 사업이 무산되는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기에 안타까운 것이다.

김진태<전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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