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아이는 안전한가?
우리의 아이는 안전한가?
  • 김우영
  • 승인 2012.01.0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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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학교 폭력의 문제가 사회적 중심 문제가 된 여파로 올해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면 자주 듣는 표현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 운운하는 말인 것 같다. 전쟁과 같이 문제의 폭력 집단을 단기간에 물리력을 통해서 정복할 수 있다면 백번 맞는 표현이기는 하다. 그러나 학교 내 폭력은 공개적으로 행해지기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문제의 대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학교별 학내 폭력 사건을 조사하는 통계 숫자는 그렇게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된다. 관련 당사자들과 학부모, 학교의 책임자들이 폭력 문제를 외부로 드러내는 것을 원하지 않을 뿐더러, 경찰 역시 청소년의 학내 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처벌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학창 시절에 겪었던 폭력 피해가 그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답습 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관습적인 문화의 영향이 크다. 우리 아이들이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관습적인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라고 학교 폭력을 추방하는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우선적인 과제는 학교 내에서의 폭력적 행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폭력적 행위에 대한 규정이 더 포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물리적인 폭력, 갈취만이 아니라, 언어적 폭력, 집단 따돌림, 괴롭힘, 차별, 위협적인 행위, 강제적 심부름, 봉사 등을 포함하여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들은 폭력적인 행위로 규정하여야 하고, 이러한 행위가 학생이라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관용될 수 없는 범죄적 행위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 정부 당국도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학교 내에서의 폭력적 행위를 좀 더 심각하게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 폭력적 행위는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관용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는 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폭력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피해자에게는 심각한 것이 될 수 있다. 최근 한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 간 사례에서 보듯 작은 폭력에 대해서 그것을 경각심을 가지고 접근하였다면 어린 학생을 죽음으로까지 몰아가는 사태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폭력적 행위는 그 피해가 방치될 경우, 피해자가 계속해서 희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가 피해를 예방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피해의 장소를 회피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는 매일 머무르는 장소이고, 가해자를 다시 대면해야 해야 하는 장소이다. 피해자에게는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 학교 폭력이 계속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해자를 매일 대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사소한 폭력이라 하더라도 관용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계속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외면한다면 학교는 우리 아이가 동료와 친밀감을 형성하고 연대감을 나누는 장소가 아니라, 서로 생존을 위해 경쟁하며, 싸우고, 한편으로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매우 위험한 장소가 될 것이다. 모든 폭력과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는 학생 인권의 기본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는 미약한 학생 개인의 힘으로는 확보될 수 없다. 동료의 도움과 학부모, 교사, 정부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어떤 학생도 학부모도 학교 폭력 행위와 피해에 대해서 무관심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학부모, 피해 당사자와 동료가 문제 해결에 안전하게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학교 측과 학생지도 담당 교사들이 학교 폭력 추방을 위해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체제가 확립되어야 한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상담전문가, 교육청, 경찰의 학교 폭력 예방 활동도 사실 학생지도 담당 교사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 하에서만 그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볼 때 학생지도 담당 교사들의 희생과 열정이 없이는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 그들이 희생과 열정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또 소신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과연 정부 당국이 지원해 왔는지가 문제이다.

김우영<전주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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