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축산농가의 절규 "소보다 사람 살길이 걱정"
순창 축산농가의 절규 "소보다 사람 살길이 걱정"
  • 우기홍기자
  • 승인 2012.01.0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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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주 지사가 4일 순창을 찾았다. 경영악화로 사료를 못 줘 키우던 육우가 굶어 죽은 순창 인계지역 축산농가 문 모씨를 위로하고 사료급여 재개 등을 설득하기 위해서로 보였다.

김 지사는 문 씨와 이날 대화를 통해 사료 값은 대폭 올랐는데 소 값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했다. 또 어렵다고 굶어 죽이는 것은 심하며 현재 살아있는 소라도 사료급여를 계속하자고 강권했다.

동석한 도 관계자도 살아있는 소의 매각을 원하면 알선을 하겠다며 순창군과 협의를 통해 공공근로와 산불감시원 등 향후 생계대책도 제의했다. 앞서 수차례 문 씨를 찾았던 황숙주 순창군수도 "군에서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냐"며 안타까운 마음에 지원방안 등을 물었다.

하지만, 문 씨는 당장 눈앞에 벌어진 사태에 대한 해결책은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는 "사료 값이 대폭 상승한 게 문제가 아니다"며 "소 값이 대폭 떨어진 것이 진짜 문제"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또 이처럼 어려운 사태가 온 근본적인 문제점은 "소 값이 내린 것은 수입소고기 때문"이라며 "수입소고기가 많아지니까 한우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도와준 사료가 없어지면 그때는 누구에게 또 손을 벌리느냐"며 사료지원도 거절했다.

문 씨는 지난 40여년 동안 소를 키워왔다. 주변 사람들은 그가 남한테 의지하지 않고 성실하며 열심히 그동안 축산업에 종사해 왔다고 평가한다. 한마디로 성실한 전형적인 우리 농민이라는 얘기다. 그런 그가 2년 전 축산농가 지원책의 하나인 낮은 이자(1%)로 8천200만원을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올해 상환을 못 해 8%의 이율인 일반대출로 연기를 했다고 한다. 상환을 위해 지난해 12월에는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5천290㎡의 땅도 처분했다. 즉, 먹고 살려고 소를 키우는데 빚만 계속 증가하니 이제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것이다. 도지사와 대화 말미에 문 씨는 "이제 끝내자. 살아있는 소만 걱정하면 무엇하냐"며 "사람 살아갈 길이 정말 걱정이다"고 한숨을 토했다. 이어 "나쁜 짓 하지 않고 살았는데 부모가 주신 땅도 다 팔아먹었다. 정부가 원망스럽다"라며 "앞으로 소가 죽어나가면 계속 묻겠다"고 했다. 30여분 동안 도지사와 문 씨의 만남으로는 이미 어려움의 소용돌이 속에 파묻힌 축산농가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란 생각은 기자만의 편견일까

순창=우기홍기자 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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