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이창기 개인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이창기 개인전’
  • 송민애기자
  • 승인 2012.01.0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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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깊은 심연의 검푸른 샘물을 들여다보는 듯하고, 혹은 잔잔한 호숫가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인가 하며, 시린 바람에 흩날리는 애잔한 나뭇잎의 춤사위 같기도 하다. 마음을 뒤흔드는 어지러운 붓놀림은 어딘지 가둬놓을 수 없는 자유를 닮아 있다.

서양화가 이창기씨가 4일부터 1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관장 이흥재) 서울관에서 첫 개인전 ‘바라는 것들의 실상’을 연다. 그의 이번 전시는 무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혼의 울림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 보았는지 기억은 희미하지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잔상처럼, 마음 속 한 켠에 잔잔히 남아 있는 깊은 풍경들을 끄집어내 캔버스에 담았다.

“지난 20년간 작품활동을 쉬면서 쌓아 놓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놓을 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생각이나 욕심은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더군요. 그래서 보이지 않는, 또는 무심코 지나치거나 흘러가는 것들에 대해 집중했고, 이를 통해 내면의 이야기와 영혼의 소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가장 먼저 몸과 마음 그리고 머릿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잔상을 덜어내고 버리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빈 캔버스 앞에 우두커니 서서 하얀 종이만 뚫어져라 보는 일도 다반사. 그렇게 수일이 지나고 그는 비로소 아무 것도 없는 비움의 상태에서 붓을 들고 온전히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행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은 어느 것 하나 구속됨이 없이 자유로운 형태를 띄고 있다. 형태뿐만 아니라 색채와 질감 그리고 세부묘사에 있어서도 어떠한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묘사와 표현보다는 자연스럽고 추상적인 이미지를 통해 보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 자유와 상상을 전하고 있다. 또한, 한국화의 번짐과 같은 표현방식을 차용해 한층 부드러운 느낌을 더했다.

일필휘지로 휘갈긴 붓의 유려한 흐름은 선과 면으로 구분 지어진 삼차원의 공간을 뛰어 넘어 무한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감동의 깊이를 한층 고조시킨다.

그는 “앞으로도 삶 속에서 묻어 나오는 내면의 이야기와 심연의 풍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기 작가가 보이지 않는 어떤 울림으로 관객들을 깊은 사색의 장으로 이끌어낼지 벌써부터 기대되는 바다.

송민애기자 say2381@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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