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용의 해’가 밝았다.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온다는 ‘흑룡의 해’라고 하지만 한국 축구계는 그야말로 위기의 순간이다. 자칫 8회 연속 월드컵 출전이 좌절될 수도 있는 큰 위기다. 이래저래 말도 많았던 감독 교체 과정을 거치면서 안팎으로 축구계가 시끄럽다. 결국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투입된 최강희 감독의 손에 2012년 한국 축구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가를 쿠웨이트전
일단 최강희 감독은 자신이 직접 임기를 2013년 6월까지로 한정했다. 한국 축구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은 뒤 다시 전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은 외국인 감독에게 맡기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2월29일 홈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전 결과에 달려있다. 현재 한국은 아시아 3차예선에서 3승1무1패, 승점 10점으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위태위태하다. 레바논(승점 10점), 쿠웨이트(승점 8점)가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비기기만 해도 최종예선에 올라가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쿠웨이트에 패하고 레바논이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승점을 챙긴다면 3차예선 탈락이라는 쓴 잔을 마시게 된다. 소방수로 투입된 최강희 감독의 임기가 2013년 6월까지지만 월드컵 탈락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감독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그만큼 쿠웨이트전이 한국 축구 뿐 아니라,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최강희 감독에게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최강희호’는 어떤 색깔을 낼까
최강희 감독 부임 후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단연 이동국(전북)이다. 우여곡절 끝에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나선 이동국은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대표팀에서 이렇다 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11년 K리그에서 16골, 15도움을 기록했지만 대표팀에서는 1경기 전반 출전과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다. 조광래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았던 탓이다.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것은 곧 이동국에게는 기회다. 이미 최강희 감독은 “현재 K리그 선수 중에 스트라이커를 뽑으라면 이동국을 가장 먼저 뽑을 것”이고 말했다. 단 소속팀 전북에서와 달리 박주영(아스널)과 함께 투톱으로 최전방에 세운다는 복안도 세웠다. 에닝요, 루이스가 없는 대표팀에서 이동국의 고립을 막기 위한 방책으로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이동국과 좌우 움직임이 좋은 박주영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또 K리거들도 중용될 전망이다. 최강희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진 해외파보다 K리거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이다. 최강희 감독은 “현재 가장 중요한 쿠웨이트전에는 경기력이 떨어진 해외파보다 K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할 것”이라면서 “감각이 떨어진 선수가 대표팀에 와서 단기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강희 감독의 ‘닥공(닥치고 공격)’이 대표팀에 이식될지도 관심이다. 지난해 전북은 K리그 30경기에서 무려 67골을 넣는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했다. 물론 대표팀은 다르다. 클럽에서처럼 훈련을 원하는 만큼 할 수도 없다. 짧은 시간 훈련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야하는 것이 대표팀이다. 게다가 절대 지면 안 되는 쿠웨이트전에서는 무조건 공격보다는 실리 축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종예선에 진출한다면 보다 공격적이고 화끈한 축구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