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입니다
일자리가 희망입니다
  • 이상직
  • 승인 2011.12.28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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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이맘때가 생각난다.

당시 뜻한 바가 있어 많은 사람을 만났었다.

날마다 새벽 찬바람도 불구하고 농산물 경매시장과 인력시장을 둘러보고 재래시장과 저녁나절엔 막걸리 촌을 찾아 시민들의 애환을 나누는 것이 주요 일과였다.

신새벽 현장에서 처음엔 마음을 쉽게 열어주지 않던 사람들이 자주 찾아뵙자 나름 기특했는지 한 사람, 두 사람 눈인사를 하게 되고 나중엔 허물없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고생을 탓하기보다는 일자리가 부족한 전북지역의 열악한 현실을 거론하며 자녀의 앞날을 걱정했다.

특히 전북엔 마땅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없다 보니 대부분 서울로, 서울로 고향을 등지고 떠나게 되고 남아 있는 자식들마저 일자리가 없어 명함 한 장 번듯이 내놓을 수 없는 처지라며 안타까워했다.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취기가 오르신 어르신들은 “정치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제발 우리 자식들을 좋은 신랑감, 신붓감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최고”라고 넋두리를 하곤 했다.

그런데 4년이 지난 지금도 만나는 사람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오히려 더 심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0월 말 기준 정부가 밝힌 청년(15세 이상 29세 이하) 실업자는 32만4000명으로 7.7%이다.

그러나 현대경제연구원은 청년층의 ‘사실상 실업자’는 110만8,000명이라는 통계를 내놨다. 사실상 실업자란 청년층 가운데 구직 단념자와 취업준비자, 취업 무관심자 등 실업 상태의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사실상 실업자까지 포함한 체감 실업률을 계산하면 22.1%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을 나와 봐야 백수 신세이거나 아르바이트 수준의 땜질식 일자리가 고작이어서 최저임금 수준인 88만원, 즉 88세대라고 자조(自嘲)하는 것이다.

전북지역 역시 사정은 다를 바 없고 오히려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북의 인구는 170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3.5%이며 지역 내 총생산은 34조5천억 원으로 전국의 2.9%에 머물고 있다.

1인당 지역 총소득은 1천670만9,000원으로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적고, 제일 높은 울산 3천870만9,000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 역시 1만7,545달러로 가장 높은 울산 4만6,704달러의 거의 1/3수준이고 전국 평균 2만796달러에 한참 밑도는 최저 수치이다.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4년 전 약속이 생각난다.

4년 전 어느 자리에서 이스타항공을 설립해 비행기를 띄우고 새만금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다행히 그 약속이 이뤄져 현재 이스타항공은 4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100여 명이 우리 지역 대학을 졸업하거나 고향이 이 고장인 전북출신의 아들, 딸들이다.

그 약속을 지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이 요즘 다시 만날 때마다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는데 한편으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송구함과 아쉬움이 앞서곤 한다.

꿈과 열정을 갖고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꿈을 이룰 수 있고 거기서 한발 나아가 폭발적인 상상력을 발휘한다면 더욱 더 좋은 일자리와 잘 먹고 잘 사는 전북발전을 어느 지역보다 더 빠르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즌을 맞아 임진년 새해엔 전북의 아들, 딸들이 보다 좋은 일자리에 취업해 최고의 신랑, 신붓감이 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또한, 새해를 맞아 “좋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기며 실천하고자 한다.

이상직<이스타항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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