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지만 밴쿠버가 마지막 종착지가 될 것이다."
앞선 2시즌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힐랄에서 활약했던 이영표(34)는 본인의 뜻에 따라 지난 6개월 가량 무적 신세로 지내야 했다. 자신을 향한 국내외의 수 많은 러브콜을 뒤로 하고 이영표가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
사실 알 힐랄과 이별을 선택한 이영표에게는 수 많은 제의가 쏟아졌다. K리그는 물론, 중동과 유럽, 북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여전한 기량을 뽐내고 있는 이영표를 원했다. 중동의 한 클럽은 백지수표까지 제시하며 영입에 나섰지만 2년간 중동 축구를 경험한 이영표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이영표의 선택은 새로운 축구 시장이 열리고 있는 북미대륙이었다.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MLS에서 축구인생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이영표는 밴쿠버와 1+1 계약을 맺고 자신의 현역 생활의 마지막 투혼을 불태우기 위한 출발선에 다시 섰다.
안양 LG를 시작으로 PSV 아인트호벤(네덜란드)과 토트넘 핫스퍼(잉글랜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을 거쳐 밴쿠버까지 다양한 리그를 경험하고 있는 이영표는 자신의 최종 목표인 축구행정가를 위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27일 오전 공식 기자회견을 연 이영표는 MLS 진출의 이유로 자신의 꿈을 향한 새로운 배움의 길을 들었다. 다양한 선택사항 가운데 MLS를 고른 이유는 분명했다. 전 세계에서 스포츠 비즈니스가 가장 발달한 지역에서 자신이 원하는 축구행정가의 꿈을 펼칠 수 있기 위한 자양분을 얻겠다는 것이다.
은퇴를 하면 세계에서 축구산업이 가장 발전한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는 이영표는 "많은 분들이 영국이 아닌 미국을 추천해서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영표에 따르면 지인들은 축구 문화가 발달한 영국에 비해 스포츠 비즈니스가 발달한 미국을 추천했다. 축구라는 부분이 아닌 스포츠 비즈니스라는 큰 틀에서 배울 것이 더욱 많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영표는 자신이 경험한 영국과 미국의 현 상황을 음식에 비유했다. "실제로 MLS 사무국을 찾고 크게 놀랐다"는 그는 "유럽은 많은 음식을 골라 먹는 반면, 미국은 먹을 것이 적지만 그 속에서 잘 만들어 먹는 것에 놀랐다. 축구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가운데 MLS의 시스템을 보고 많은 분들이 왜 미국행을 추천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랜 해외 리그 경험을 했던 그는 자신의 K리그 복귀를 바라는 팬이 많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영표는 "지난 몇 달간 K리그 선수들과 함께 운동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고 같은 생각을 하며 운동하니까 역시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뛰던 시절보다 K리그가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밴쿠버가 (축구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가 될 것"이라며 K리그 복귀 의사가 없다는 자신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K리그 복귀와 해외리그 진출을 두고 상당한 갈등을 했음을 시사한 이영표는 "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마음도 생겼지만 내게 무엇이 더 좋을 것인지, 어떤 곳에서 운동을 해야 내가 부족한 걸 더 채울 수 있을지 생각하다 MLS를 택하게 됐다. 당장 K리그로 돌아와 경기를 하면서 도움을 주는 것보다 공부를 더 하고 난 뒤 나중에 도움을 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새 시즌을 대비한 몸 만들기에 한창인 이영표는 다음달 20일 소속팀에 합류해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한 뒤 3월에 개막하는 MLS의 2012시즌에 투입될 예정이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