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전감독, 대표선발 외압 있었다
조광래 전감독, 대표선발 외압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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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2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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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축구협회 수뇌부의 외압이 존재했다."(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

한국 축구의 부끄러운 현실이 또 다시 공개됐다. 최근까지 축구대표팀을 이끌었던 조광래 전 감독이 축구대표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고위 인사들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지난 8일 축구협회로부터 전격 경질된 조광래 감독은 26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나 자신이 축구대표팀을 맡고 있던 당시 축구협회 수뇌부의 외압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외압의 당사자와 해당 선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축구협회 고위 인사가 기술위원회와 코칭스태프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추악한 한국 축구의 현실을 공개했다.

자신의 후임인 최강희 감독에게 전하는 축하 인사로 입을 연 조광래 감독은 "축구협회의 수뇌부가 전폭적인 힘을 실어줘야 한다.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이 외부의 바람에 흔들린다면 더 이상 미래는 없다. 최 감독도 외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부끄러운 한국 축구의 자화상이지만, 외압은 존재했다"고 깜짝 고백했다.

"3명의 협회 수뇌부가 한 선수의 대표팀 발탁을 요청했다. 선수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털어놓은 조 감독은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지만 거리가 멀었다. 상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 또한 무시할 수는 없었다"면서 "해당 선수는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물론 소속팀 감독으로부터 차출 불가 평가를 받았다. 대표팀으로 발탁하기에는 컨디션이 떨어져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상황에서 외압과 타협할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 수뇌부의 뜻을 거스를 수 밖에 없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해 밝힌 조광래 감독은 "눈 감고 뽑아 줄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도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아니다. 누군가가 추천은 할 수 있지만, 면밀한 평가로 최종 결정은 감독의 몫이다. 원칙과 소신이 무너지면 되돌릴 수는 없다. 한 명이 두 명, 세 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보관 기술위원장도 잘 알고 있는 문제다. 그 선수를 추천할 때 옆에 있었다. 그도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조광래 감독은 해당 선수를 선발하지 않은 뒤 축구협회의 시선이 차가워지고 협조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대 경기 분석을 요청하자 예산 문제를 이유로 축구협회가 난색을 표했고, 경고 누적과 부상을 대비해 선수단을 25명으로 꾸릴 계획 역시 협회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양심 고백에 대해 조광래 감독은 자신의 경질에 대한 반발 차원이 아니라 후임 감독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로 인해 축구협회는 다시 한번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친 조광래 감독의 경질에 이어 전임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연봉 미지급 논란과 선수 선발 과정의 외압까지 공개되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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