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굴레, 고입연합고사라도 벗어던질 때
시험의 굴레, 고입연합고사라도 벗어던질 때
  • 김정훈
  • 승인 2011.12.23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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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은 시험? 이제 중학생만이라도 입시 시험의 굴레를 벗겨주자!

이명박 정권의 고교 서열화 정책으로 자사고와 특목고가 고교평준화의 틀을 뒤흔들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 나이에 일찌감치 ‘공부해도 소용없다.’ ‘해도 해도 안 된다’라는 절망으로 내몰린 학생들이 너무 많다. 공교육의 파행이 악순환 되는 근본 원인 중의 하나이다. 대다수의 낙오와 극소수의 성공만을 보장하는 입시체제는 그래서 ‘교육’이라고 부를 수 없다. 학생, 교사, 학부모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이 시스템이 ‘도가니’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러나 이 현실의 도가니에 빠져 영혼의 성장 기회를 거세당하고 학습노동의 과도한 부하에 걸린, 비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절대 당사자는 우리 아이들이다. 학교교육이 죽음의 덫이 되도 있는 현실, 너무 과도한 표현인가? 그렇다면, 이틀 걸러 한 명씩 자살하는 학생, 밑도 끝도 모를 것 같은 학교폭력 등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경기도는 2011년을 마지막으로 고입연합고사를 치렀다. 강원도는 고교평준화 조례가 통과되었다. 고교평준화 지역인 서울, 울산, 대구, 대전, 광주, 부산은 진즉에 고입연합고사를 폐지했다. 전주의 인문계고등학교는 2011년 정원에 미달했다. 이제 전북에서도 고입연합고사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이다. 고입 정원이 미달하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기보다 앞으로 나타날 현상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혹여 선발이 필요하다고 해도 중학교 내신에 의하면 된다.

각기 다른 배움의 과정, 내용, 환경을 무시할 수밖에 없는 고입연합고사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중학교 교육과정이라도 정상화시킬 때이다. 인근의 광주지역 교사들은 말한다. 고입연합고사가 폐지되면서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문자 그대로의 방과 후 활동이 너무나 잘 진행된다고. 수업시간에 다양한 방식의 교수학습이 가능해졌다고. 보충수업과 야자로부터 해방된 아이들이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시험에 대비해 3년 내내 문제풀이를 병행해야 하는 기형적인 수업으로 내몰린 교사들의 고통을 덜어주면 교실과 학교의 모습이 그래도 조금은 더 행복해질 것이다.

교육의 목적은 성적통지표가 아니고 고입 결과가 아니고 대입 결과가 아니다. 이것이 상식이다. 교육은 전면적인 인간발달을 위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선발시험과 변별력은 우리 교육의 당연한 상식으로 행세한다. 공교육은 모두에게 부여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면 경쟁에 의한 ‘선발’이라는 수단은 의미가 퇴색될 터다. 교육에서 변별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변별력이 무엇인가. 단순한 시험점수에 의한 차이를 드러내게 하는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교육이 아이들과 학교를 줄세우기 위해 기능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은 수단이 교육의 목표와 목적을 점령한 꼴이다.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중학교부터 교육 불행의 씨앗을 걷어내자. 전라북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교육 본래의 목적이 충실하게 구현되는 학교,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혁신학교이고 학교혁신이다. 이를 위한 가장 큰 일은 선발지상주의와 변별력 신화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고입연합고사를 폐지하는 것이다. 차제에 3시 외 지역의 광역 고교평준화 방안 등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들을 선발시험의 지옥에 가둔 혁신중학교는 변죽만 울릴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왜 서울의 중학교 혁신학교가 붐을 일으킬 때 전북은 뜨뜻미지근한지 곰곰이 생각할 일이다. 도교육청에 내신성적 비율 조정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발상 전환을 요구한다.

세밑이 다가오고 있다. 부디 내년에는 우리 청소년들의 영혼이 스스로 이 땅을 떠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어른들이 제발 ‘공부해서 행복한 학교’ 만들어주기를 소망한다.

김정훈<전교조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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